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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불러 세우기 6 / 내 마음의 반달

by 정해란

유년 불러 세우기 6

내 마음의 반달

시&낭송 정해란 /제4시집『커피 한잔의 고요가 깨어나면』저자


유년의 추석 풍경 따라가면

마음에 하얗게 뜬 달, 송편


기나긴 날 알알이 햇볕 채운 햅쌀

풍성한 달빛도 채워 물에 불리는 밤


동심처럼 부푼 쌀 소쿠리에 담아

새벽 여명까지 섞어 빻아온 떡가루

설렘 디딘 까치발로 기다리던 오누이들

한입씩 듬뿍 먹다 입가에 묻힌 채

함박웃음 끝없던 추억의 수채화 한 폭

해마다 이맘때면 선명하게 번져간다


흰 반죽 둘레에 둥글게 앉아

반달 송편 줄 세우는 엄마 따라

삐뚤빼뚤 줄 세우던 그 작은 손들

반쪽이 또 다른 반쪽 만나

정겨운 반달로 풍성하게 뜨던 추석 전야


햇빛, 달빛과 함께 흐른 세월 속

맑은 바람까지 담긴 솔잎 향 올라오니

온갖 나쁜 기운 잡아 익어가던 신비


지상에 핀 수천, 수만의 반달이

천상에 하나의 보름달로 뜨길 꿈꾸며

서로를 둥글게 넉넉하게 품길 바라며

함께 빚고 함께 나누던 송편


빛과 향과 맛이 하나 되어

온몸으로 흘러들길 몇 해였던가

물과 하늘과 마음에 뜬 달

영원히 지지 않을 내 마음의 반달


-제3시집 「시간을 여는 바람」수록, 일부 수정-


*****

이번 시낭송 문학노트!

추석 맞아

삶의 속도에서 하차하여

유년의 추석 풍경에서 잠시 쉬면서 추억 소환하시라고 꺼냈습니다

부족한 시 낭송에

응원의 힘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풍요롭고 평화로운

추석연휴 보내시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정해란 올림


자작시 낭송(아래 꾸욱↓)

https://youtu.be/y0QfnYgEumg?si=H6sIE0AkJ6FBmB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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