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Men Nov 24. 2024

당신은 살만합니까?

'산만해서', 그대는 살만한가, 아니한가

-도파민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사람은 평생동안 어떤 활동을 하며 그 활동들이 주는 성취감과 만족감이 일으키는 보상작용으로 활동들을 지속할 동기를 부여받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 보상작용을 일으키기 위한 신체 내부의 기전이 바로 보상 호르몬인 도파민인데 호르몬의 순환과정인 호르몬 생성, 분비, 분해 및 재흡수 과정을 거치며 우리 육체를 움직이는 한 축이 된다. 이 말은 성취욕을 자극하는 것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 도파민 호르몬에 따라서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의 완성도나 완료유무가 결정된다니, 아니 그럼 육체는 도파민이 지배하는 것인가?

과격하게 말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이지는 않는데, 도파민은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어떠한 사건이 주는 자극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경우 사람이 느끼는 보상자극이 매우 작아 행동반경이 좁아지고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동기를 이끌어내서 목표를 위해 행동하게 만드는 전 과정을 주의깊게 살피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신이 자기계발서나 자기계발을 주제로 구독자들을 끌어모으는 컨텐츠들을 하염없이 시청하며 오늘도 나를 위해 이런저런 내용들을 소비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데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는 ADHD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성인 ADHD 환자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2024-11-24, 20:22)에서 보통의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성인이 가져야하는 덕목으로 일반화된 소위 '스펙'이란 것을 매우 적게 가진, 그 흔한 이력서 스펙이라는 것들도 다 채우지 못한 어딘가 나사하나 빠져서 제대로 쓸 수 있는 곳이 없어보이는 그런 산업사회의 부속품도 못되보이는 그런 조건을 가지고 있다. 차라리 외모나 정신상태가 보통사람들처럼, 정상인들처럼 삶을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면 깔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텐데 뭔가 자극을 주는 일에만 관심들이 치중되어있는 삶을 살아오다보니 술에 물탄듯 물에 술탄듯 다중적인 면모들을 보이며 자극에 맞춰 반응하는 모습들로 가면을 쓰며 살아왔던 것이다. 자극을 받는 정도에 따라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의 격차는 극과 극이었다. 충동적인 행동, 과대/과잉/과장행동, 강박증상, 간헐적인 폭발(분노), 피해망상, 등등 내면이라는 바닷속에서 인격이라는 아가미로 호흡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기능장애를 느끼며 살아왔었다.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은 다행 : 불행 어느 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소중한 사람,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는 교제를 시작한 지 3개월 후, 나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SanMen아, 너 ADHD인거 같은데 검사한번 받아볼래'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느끼는 내면 속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다. 내가 ADHD라고? 아니 자기가 뭔데 누굴 판단해? 내가 집중을 못해서 막 금쪽이들처럼 천방지축으로 뻗어나가길 해 막 떼를 써 도대체 뭔데 나한테 검사받으라는 거냐고.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어릴 적에 나는, 생활환경(규범적인 환경)의 영향으로 사회화가 되어 그런 산만한 행동들이 성인이 되서 억제되면 다른 쪽의 증상들이 조용하게 성장했던 것임을 뒤늦게 알게되었다. 꼭 가져가야 하는 물건을 잊고 다시 가지러 가는 것은 일상이고, 어떤 물건을 두고, 나중에 다시 찾을 때 전혀 기억이 안나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이며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 경우 외엔 적당한 기억 방아쇠들이 더 많이 필요해 기억 인출에 애를 먹으며, 의미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대한 인식때문에 흔히들 말하는 하기싫은 일도 해야한다는 어른의 덕목은 개나 줘버린 삶을 살아왔던 나이만 먹은 사람이 바로 나였었다. 그녀의 소개로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를 하면서


'저, 선생님 이 검사

한번만 더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라던지


'이 문제

시간 좀 더 주시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와 같은 투정과 변명을 했었는데


검사결과를 듣고나니, 나는 그런 조건을 가지고도 그동안 감지하지도 못했고, 또 무의식적으로는 스스로의 그런 모습들을 인정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임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햄릿왕자가 나에게 준 응용질문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햄릿이 다음과 같이 말을 하며 고민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궁금한 것에 의문을 품고 문제 상황에 의문을 가지며 그것을 해결하거나 피하는 등 그 상황에 반응을 하며 삶을 영위해나간다. 그런데 햄릿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문제' 로 죽음과 삶을 고민했던 것이다. 삶과 죽음은 인간이라는 어떤 매길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주화의 양면에 새겨진 상태값이라는 말일까. 햄릿의 저 말은 내가 중학교2학년 때 급속도로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를 사모하는 자칭 '애도'라는  작자에게서 늦은밤 보습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방적인 구타와 폭언을 들었던 그 사건 이후로 내 마음 속에 기억나는 국어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대사이기도 했다.


-서론을 마치며

끝을 내지 않는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어떻게 이 책을 연재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나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이다. 다소 장황하고 현학적이며 주제에 대한 수식이 넘치다 못해 과하다고 해도 이것은 내 내면 속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글을 쓰는 행위과정을 통해 정제한 것이기에,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대책을 세워나가며 치유, 치료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임을 구독자, 장래의 구독자분들께 밝히는 바이다.


햄릿왕자가 나에게 던져 준 응용질문은,


산만해서 살만하냐? 그렇다면 살아내보아라!


이다.


이 글을 읽는시는 분들에게,

어릴 적 치료시기를 놓쳐 성인 ADHD를 진단받고 삶을 지속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그와 관련한 생존기를 쓰겠노라 다짐하며 마치는 바이다.

일요일 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