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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un 10. 2024

생존을 넘어 레드펭귄이 되기를

황제펭귄으로 살아남기


황제펭귄(Emperor Penguin / 학명 : Aptenodytes forsteri)은 지구상에 생존하는 모든 펭귄들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종이다. 서식지는 남극과 포클래느 제도이다. 키는 122cm, 몸무게는 35kg에 욱박하는 이 펭귄의 수명은 20년 정도이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지난 한 해에 최대 1만마리의 새끼 펭귄이 동사하거나 익사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지인 남극 해빙이 급격히 유실되며 2100년대 말이면 황제펭귄은 사실상 멸종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황제펭귄은 현존하는 펭귄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남극 대륙 극한 추위 속 얼음 위에서 번식과 양육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매서운 찬 바람을 견디기 위해 다리 사이에 알을 품고 수백 수천마리가 서로 몸을 밀착하고 '허들(Huddle)'을 하며 집단체온으로 매서운 추위를 견뎌낸다는 것이다. 


황제펭귄은 부화하고 3년 정도가 지나면 번식이 가능해진다. 3, 4월에 집단을 형성하고 5, 6월초에 알을 낳는다. 이때 집단의 규모는 수십 마리에서 최대 수천 마리에 이른다. 암컷이 알을 낳고 먹이를 몸에 비축하기 위해 바다로 떠나면 수컷이 발 위에 있는 주머니에 알을 넣고 품는다. 알을 품고 있는 2~4개월 동안 수컷은 수분 섭취를 위해 눈을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는다. 알을 품고 있는 수십~수백 마리의 수컷들은 서로 몸을 밀착하고 서서 천천히 주위를 돌다가 바깥 쪽에 서 있는 펭귄의 체온이 낮아지면 안쪽에 있는 펭귄과 자리를 바꾸면서 전체 집단의 체온을 계속 유지하는데, 이를 허들(Huddle)이라고 한다.


남극의 극한 추위에도 이런 생존전략을 통해 종족을 보존하던 황제펭귄이 인간들의 욕심에 의한 온난화 현상으로 얼음이 녹으며, 익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하니, 안타까움을 넘어 인간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런 황제펭귄의 특성을 이어받아, 황제펭귄 중에서도 독보적인 서비스와 생존력으로 ‘레드펭귄’이 되고자 한 사업가가 있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5년 전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던 때이다. 2년여에 거쳐 진행되는 대규모인데다 사람들이 많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사전 컨설팅과 PMO(Project Management Office)의 역할이 필요했고, 그는 컨설팅업체 소속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매사에 성실하고, 똑 부러지게 업무처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나하고도 친분이 있었고, 2년 동안의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된 후에는 미뤘던 결혼식에 초대받아 참석도 하였다. 


그 후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니던 컨설팅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위해 독립하였고, 핀테크 사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독보적인 ‘레드펭귄’이 되기에 충분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해 내었다. 이름하여 고민없이 받아먹는 점심구독 서비스 ‘위잇(Weeat))’이다. 회사 이름도 ‘위허들링(Wehuddling)’으로, 그가 평소 황제펭귄처럼 더불어 견디며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직장인들의 점심이라도 부담없는 가격에 선택에 고민없이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가성비 좋은 가격으로 무료로 배송하기 시작하였고,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라19의 영향으로 식당에서 점심먹기가 어려운 직장인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매출이 급성장하며, 100억이 넘는 투자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이런 성공적인 사업전개를 자랑스러워하며 나는 외부 강연이 있을 때마다, 그의 사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6월 4일 돌연, 서비스 중단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재정난으로 더 이상 서비스를 하기가 어려워 갑작스럽게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며, 미리 선불로 받은 회원비를 제 때 돌려주기 못해 ‘먹튀’ 논란까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우려도 낫고 있다. 크지는 않지만, 일부 회원들이 환불을 기다리지 못하고, 경찰에 고소하는 바람에, 언론에 회자되는 불미스런 경우도 생겼다. 



마치 황제펭귄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집단적 행동을 통해 생존한 것처럼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 생존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비롯된, 재료비 상승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극심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항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주위의 모든 물가가 올라 점심 한 끼가 12,000원 하는 현실에서 도시락을 여전히 5,900원 혹은 6,900원, 더불어 무료로 직접 현장까지 배송하는 서비스를 고수하면서 생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지만, 요즘처럼 말도 안 되게, 대책 없이 안 좋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998년 IMF 구제금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 펜데믹 등 숱한 위기 속에서도 정부와 국민들의 슬기로운 지혜와 협력으로 견디고 이겨내었으나, 요즘의 우리는 너무 나약하고 무기력해져 있다. 50년 전통의 가게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20년 이상 잘 견뎌온 IT 중견기업도 폐업을 하였으며,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문을 닫고 있다. 


황제펭귄의 생존력을 넘어 독보적인 서비스와 제품으로 위대한 성공을 하기 전에 생존부터 해야 할 판국이다. 이 어려운 시국에 막 창업을 하여 살아남아야 하는 나를 비롯해 이 땅의 모든 소시민들이 극도의 생존전쟁에 뛰어든 느낌이다. 부디 레드펭귄이 되기를 꿈꿔온 ‘위허들링’이 험난한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생존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시민들이 다 같이 더불어 잘 살아남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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