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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un 29. 2024

아인슈타인과 우주일체론

양자역학적 시선의 변증

[아인슈타인은 우연한 기회에 채플린의 영화 시사회에 초대되었다]


아인슈타인은 1931년 로스앤젤레스를 여행하던 중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우연히 만난 덕에 채플린의 새 영화 ‘시티 라이드’ 시사회에 초대되었다. 위 그림에서 처럼, 두 사람 모두 턱시도를 차려입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환호하는 관중들을 보며 채플린에세 말을 건냈다. 


“당신은 참 위대해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당신을 이해하고 있죠” 

그 말을 들은 채플린은 말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더 위대해요. 아무도 당신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도 모든 사람이 당신을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채플린이 얼마나 위대한 광대인지는 이 짧은 대화에서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가 틀림없다. 그의 상대성이론은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들어 알고 있고,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 어떤 공식보다 널리 인용되었던, 그의 상대성 이론모델, 


E = mc2   (에너지 = 물질의 질량 *빛의 속도)


또한, 너무도 익숙한 그림이다. 그림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그 이론에 대해 상세하게 논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잘 알지도 모른다.


다만,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상대성이론은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의 통합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이전의 물리학을 고전물리학이라 하는데, 시간과 공간은 별개의 것으로 어떤 관찰자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시간의 기준, 공간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다. 즉, 물질은 공간 안에서 시간에 따라 운동할 수 있는데,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물질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관측자의 운동에 따라 시간의 흐름, 공간적 측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유명한 공식 E = mc2 는 물질과 에너지가 서로 전환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빛은 정지질량이 0이지만 에너지는 갖기 때문에 무거운 물체는 빛도 끌어당기고, 빛도 빠져 나오지 못할 만큼 큰 중력을 가진 물체라는 뜻에서 블랙홀이란 용어가 유래되었다. 


이처럼 아인슈타인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전통적인 고전물리학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와 입자의 현상을 증명하려는 양자역학이 혼재되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양자역학이라는 학설을 태동하게 한 장본인이면서 끝내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것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설'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세계의 인과성, 또는 결정론을 믿었기 때문에 세계를 확률적으로 보는 양자역학의 일관적인 설명과 성공에 당혹해 했고, 그것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위대한 시인 타고르가 1930년 아인슈타인을 방문하여 역사적인 대화가 있었다]


아인슈타인과 세계적인 지성이자 시인인 타고르와의 일화도 유명하다. 1930년 7월 14일, 전 세계의 기자들이 베를린 외곽 마을인 카푸스에 있는 아인슈타인의 집 앞에 모여들었다. 그 당시 한창 명성을 떨치던 위대한 인도의 시인 라비드라나드 타고르(Rabidranath Tagire)가 카푸스에 있는 아인슈타인의 집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1861년 벵골족의 한 가문에서 태어난 타고르는 1923년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서구 사상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는 철학자이자 음악가이기도 했고, 일부 서양인들은 그를 인도 영성 전통의 화신으로 보았다.


대중에게 알려진 대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을 타고르가 방문한 목적은 현실의 본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두 사람의 대화는 후손들을 위해 녹음되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인슈타인은 타고르의 세계관에 호기심 이상의 관심을 보였다. 대안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현실관이 지닌 매력에 눈을 뜬 것이다.


그날 있었던 대화의 일부는 이렇다.


아인슈타인

이 세상과 단절된 신성한 존재가 있다고 맏습니까?


타고르

신성한 존재는 이 세상과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간의 무한한 특성은 우주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인간적 특성이 품을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주의 진리는 곧 인간의 진리이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

우주의 본질에 대해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이해가 존재합니다. 인간의 영향을 받는 단일 세계와 인간과 무관한 현실 세계가 바로 그것이지요


타고르

우리의 우주가 인간과 조화를 이룰 때, 영원한 존재, 우리는 이것이 진실임을 알게 되고, 우리는 이를 아름다움으로 느끼게 됩니다.


아인슈타인

그건 우주에 대한 순전히 인간적인 이해입니다


타고르

그 외에 다른 이해는 있을 수 없습니다.


아인슈타인

그렇다면 진실이나 아름다움도 인간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타고르

그렇죠. 


아인슈타인

아름다움에 관한 선생님의 이해에는 동의하지만, 진리에 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군요


타고르

왜요? 진리도 결국은 인간을 통해 구현됩니다.


아인슈타인

제 이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게 저의 종교입니다.


진리가 인간과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객관적 과학의 초석이다. 그런데도 아인슈타인은 자신은 증명할 수 없다고 매우 겸손하게 말했다. 굳이 인간이 없어도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하면 물이 되고, 성간 먼지는 중력으로 뭉쳐 별이 된다. 


두 위대한 정신이 나눈 유명한 대화는 이제 거의 잊혀졌지만, 우리 인간에 의해 존재하게 되는 인간적 우주에 대한 이론이 요즘 부각되고 있는 점을 보면, 당시의 대화가 어느 정도 예언적 정신이 담겨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전통 물리학을 집대성하고 양자역학을 반대하던 아인슈타인이 풀지 못한, 우주와 인간이 하나라는 이론에 대해 위대한 시인인 타고르가 정의내려준 것이라 본다.


물리학자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 뿐만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세상 만물에 대해 증명한 것보다는 아직 증명하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 특히, 양자역학에서 이야기하는 우주와 인간은 하나라는 이론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모든 것들은 나의 정신과 나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하지 않은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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