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 - 연재를 시작하며

by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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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어느 날 우연히 시작된 나의 직장생활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내가 생각하는 직장이란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써의 생활이다. 크고 작은 일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할 이야기도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도 많아졌다. ‘나 때는’으로 시작하는 ‘꼰대’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몇 달 안 남은 30년의 월급쟁이 생활을 정리하려고 하니 잊어지기 전에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오래 전부터 기획하고 고민했던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사실 남의 돈을 받아가며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삶은 장점도 많지만, 개인적인 삶으로 보면 아쉬움이 많은 시간이다.


흔히 월급은 직장인들에게 ‘마약’이라 표현될 정도로 강력한 족쇄로 인식되고 있다. 마약처럼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게 하며, 매일 매일 일터로 향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금단현상도 생긴다. 애당초 직장이란 내 것이 아니므로 자의든 타의든 떠나게 되어 있다. 다행히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이야기 겠지만, 휴직에 따른 월급 끊김으로 생기는 금단현상은 거의 상상을 초월한다. 일단 당장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야 할 카드 값, 보험료,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 빚이 있다면 금융이자 그리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4대 보험까지 감당해야 할 금전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고민으로 식욕이 없고, 잠을 설치는 일이 늘어난다. 매일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출근하던 일터에 나가지 못하는 소속감 박탈에 따른 허탈감과 외로움도 있다. 좀 더 심하면 그동안 활발하게 활동했던 커뮤니티에 참여를 꺼리는 사회적 기피현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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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거나, 상사로부터 치욕적이고 불쾌한 이야기를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거나, 업무량 폭주에 따른 잦은 야근으로 개인의 삶이 침해당하는 일로부터 해방되는 즐거움도 있다. 그러나 오랜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안다. 그런 달콤한 휴식도 열심히 일을 한 후에 오는 보상으로 올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유를 무조건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좋기만 한 것일까?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통해 자유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인식을 크게 흔들었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말하는 것처럼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왔을 때 느끼는 고독과 불안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월급으로부터의 도피는 자유와 함께 고독과 통렬한 책임이 따른다. 이 고독과 책임을 감당하고 견디면서, 더욱이 진정한 인간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는 자유를 끊임없이 갈구함으로써 비로소 자기 자신에 대한 삶이 완성된다.

에리히프롬03.jpg (지유로부터의 도피 / 에리히 프롬 / 1941)

인간이 이상으로 여기는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현실로부터 해방시킬 것이 아니라 스스로 현실을 직시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생활 30년을 정리하려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시발점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직장에 첫 발을 디딜 때부터 치열하게 생존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현장을 돌이켜 보고, 월급을 받던 시점에서 월급을 만들고 나누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소위 성공은 사회나 조직이 명령하는 대로 행동하고 기대 받는 성과를 올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단정했다. 그리고 자유롭다는 것은 사회나 조직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손에 넣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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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좋은 직장을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잘 탈출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내가 만났던 숱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곁들이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