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옥 May 21. 2024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체크리스트

bOOk reView


탁월한 작가이자 이야기꾼인 아툴 가완디는
어리석은 실수란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 말콤 글래드웰 -

아툴 가완디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의사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다. 또한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등의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해박한 논리와 입담은 단순한 의사 이전에 스탠퍼드와 옥스퍼드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배경에 있다.


그가 쓴 '체크, 체크리스트(원제 The Checklist Manifesto)'는 가장 지식이 높고, 경험이 많은 의사와 전문가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속에서 원인을 찾고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체크리스트'를 말하고 있다. 체크리스트가 날로 복잡해지는 수술현장에서 벌어지거나, 벌어질 수 있는 잦은 실수를 예방하는 가 하면, 이런 순 작용과 더불어 오히려 나쁜 체크리스트는 부작용을 불러 온다는 재미있는 내용도 담았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방대한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그리고 그 노하우를 고도의 훈련을 받은, 숙련되고 근면한 사람들에게 맡겼다. 그들은 그 노하우를 이용해 아주 뛰어난 일들을 성취했다. 하지만 노하우는 관리하기가 매우 힘들다


피할 수 없었던 실수들이 벌어질 때마다 의학계, 금융계, 재계, 정부 등 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그들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낀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지식의 양과 복잡성이 우리의 역량을 넘어선 것이다. 지식은 우리를 구하는 동시에 막대한 부담을 지웠다.


이제 우리는 실패를 극복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경험을 통해 축적되고, 사람들이 보유한 지식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어쩔  없는 인간적인 결점을 보충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 그런 전략이 하나 있다. 너무 단순해서 터무니없고, 여러 해 동안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온 이들이 보기에는 미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전략은 바로 체크리스트다.


의사, 교수, 법률가, 엔지니어 할 것 없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 기초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는 데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통상적인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해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다. 이미 보유한 지식이 너무 많아 여기에 더 추가될 것이 잇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실수하고 실패한다. 각자 놀라울 정도로 유능한데도 실수가 끊이지 않는다.


1935년 미 육군항공대에서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를 공급하기 위한 시험 비행이 있었다. 당시 실험에 참여한 보잉의 폭격기는 그 전의 폭격기에 비해 폭약을 5배 이상 탑제가 가능하고, 속도는 훨씬 빠르며, 2배나 더 멀리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시험에 나선 보잉의 폭격기는 이륙 후 곧바로 폭발하고 말았다. 그 사고로 보잉은 파산 위험까지 갔었다.


사고 조사 결과 기계 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실수'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폭격기는 그 전의 폭격기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반면, 조종사가 신경 써야 할 복잡한 장치들이 아주 많았다. 조종사는 이 모든 장치들을 조종하느라 승강타와 방향타의 새 제어장치를 깜빡 잊고 해제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Boeing B-17 Flying Fortress]


당시 신문에는 그 폭격기를 '한 사람이 조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비행기'라 지적하였다. 사건 이후 미 육군항공대는 테스트 비행기로 몇 대 구입하여,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던 중 조종사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이 체크리스트 덕분에 이후 항공술은 고도로 발달했다. 결국 육군은 보잉의 폭격기를 1만 3000대 더 주문했고, 이 폭격기에는 B-17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의료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현장 체험에서 체크리스트의 효과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나, 마냥 체크리스트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다. 체크리스트에 의존하기엔 의료 행위는 너무도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독특하기 때문이다. 의료분야 뿐만아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서 '체크리스트'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실패없이 제대로 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말콤의 말대로 매우 심각하고 복잡한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체크리스트의 중요성과 보완 방안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 쓰고 있어 재미있게 읽어 볼 만한 수작이다.

 







작가의 이전글 GPT-4o,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