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라이터 매거진 연재 시작
간호학과 학생 시절,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가 있었다.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는데 투철한 직업정신과 희생을 보인 스튜어디스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고는 안타까웠지만 그로 인해 서비스 직종이라고 폄하하던 인식이 개선되고 사람들은 스튜어디스는 생명을 책임지는 소명이 있는 직업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대중의 인식에 각인될 만큼 유명한 직업이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은 간호사를 취업 잘 되는 직업, 3D 업종 중 의사 아닌 병원에서 일하는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만능으로 일하는 이 직업이 스튜어디스들만큼 인식이 좋아질 수 있을까?
,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메르스가 입국한 것이다. 전염병이 생기면 의료인의 희생이 두드러진다. 그렇게 한바탕 국민의 영웅이 된 메르스 종결자들은 새로운 빌런의 등장에 마블 히어로가 된다.
코.로.나.
코로나가 오면서 세상은 아비규환이 되었고, 자원해서 생활치료센터와 확진자 병동으로 가는 간호사들을 보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내가 신규 때 다니던 공공의료원 입구에는 헌신하는 ‘나이팅게일’에 감사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의사나 병원이 아니라 간호사에 고맙다고 하는 현수막은 처음 봤다.
드디어 간호사가 세상에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에도 간호법 등 여러 이슈들이 나오고 간호사 인플루언서들이 생기면서 이전엔 의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중심이었던 ‘의료인’ 세계에 ‘간호사’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간호사’ 면허’ 소지자로 흔히 말하는 ‘장롱면허’ 소지자다.
그럼 지금은 뭘 하고 있느냐?
중소기업 제약광고대행사의 메디컬라이터를 하고 있다.
메디컬라이터, 생소한 직업이다.
간호사인가? 의사인가? 약사인가? 누구인가?
뭔가 의학 관련 직업일 거 같은데 누가, 뭘 하는 직업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구글링 해보면, “의학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다루고, 이것들을 다양한 대상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정보의 가공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즉, 의학/약학/간호학/생명공학/바이오 관련 지식을 알고, 읽고, 쓰면 되는 사람이란 것이다.
그래서 병원 안 개구리인 내가 할 수 있냐고?
할 수 있다. 대학원 가지 않고도 논문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책을 읽듯 논문 읽는 재미를 터득하면 초반 진입장벽이 낮은 직무를 찾아서 취업하면 된다.
그럼 관련 경력만 있으면 되냐?
또 그건 아니다. 나름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뭐가 필요한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게 됐다.
내가 일하는 디자인 에이전시엔 디자이너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회사다. 디자이너는 기본적으로 포토샵과 인디자인 등의 툴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툴만 쓸 줄 알면 단가? 그렇지 않다. 기본적인 센스가 탑재되어야 한다. 색감을 사용하는 능력, 가독성을 올려주는 능력, 등 일을 하면서 훈련하는 것과 타고난 것이 필요한 직무다.
메디컬라이터인 내 업무는 그런 센스랑 거리가 멀다. 물론, 미적 감각과 센스가 있다면 직장인으로서 크리에이터로서 탁월한 재능이다. 하지만 없어도 무방할 정도로 ‘기술’을 익히고 ‘지식’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업무다.
문제는 그 지식이 의약학이라는, 어렵고, 특정 분야의 전공에게 익숙한 것이라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메디컬라이터와 업무 소울메이트인 ‘논문’의 특징을 알면 이 ‘기술’과 ‘지식’을 나도 배워서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마케팅이든, 학술팀이든, 임상시험 쪽이든, 메디컬라이터와 논문은 바늘과 실처럼 함께한다.
논문을 바탕으로 읽고, 쓰고, 새로 만들고, 논문 자체를 쓰기도 하는 직업이니까.
그럼 논문이란 무엇이고, 누가 읽는 것이고, 누가 쓰는 것이란 말인가.
논문의 정의는 간단하다. ‘논리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썼다는 글’이다. 책의 종류 중 하나처럼 ‘누구나’ 출판할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논문이란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걸까. 그놈의 논문을 볼 줄 아는 능력이 뭐라고 메디컬라이터의 장벽이 높다 생각하는가.
이런 이야기들을 하려고 한다. 병원 안에 있는 사람과 갓 졸업을 하며 새로운 직업이 궁금한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길 바란다.
또한 논문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초보자들에게 영원히 함께 가야 하는 논문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영어처럼 친해지면 쓸모 있고, 재미있는 녀석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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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 메디컬라이터로 제약산업 마케팅의 메디컬 콘텐츠 생산자이자 메디컬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의 꼴찌를 겨우 면하여 졸업한 뒤, 임상 1년을 쌓았다. 그 뒤로 코이카 해외봉사 1.8년, 환경역학 보건연구간호사 1년, 국제보건 사업관리자 10개월, 보건소 역학조사관 6개월, 발암물질 간행물 집필 연구원 6개월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왔다. 더불어 온라인 석사과정(영국) 1년과 국내 일반대학원 석박통합과정생 2년(ing)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하고, 학생 때 실습했던 병원의 VIP병동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다. 1년은 버텨보려고 했건만.. 몸과 마음에 점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대로 1년을 버티면 내가 무너질 것 같았다. 애초에 취업하기 쉽다고 하여 들어왔던 간호학과, 그 장점을 톡톡히 이용해 보기로 했다. 어딜 가나 병원은 간호사가 부족하다. 딱 3개월만 쉬며 진로를 재탐색할지, 병원에서 다시 일할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입사 6개월 차가 되던 때에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나는 직장생활이 불행한데, 다들 그런가'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저자와 만나 '편집자'라는 거창한 칭호까지 받으며 본 매거진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