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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순 Sep 14. 2023

메디컬라이터 (MW)란 무엇인가?

Chapter 1. MW란 무엇이고, 누가 하는가?

  '메디컬라이터(Medical Writer)’는 말 그대로 번역하면 '의약학 지식을 쓰는 사람' 이다. 얼핏 들으면 '의사’인가, 싶다. 그러나 '메디컬라이터'라는 말은 광고업계의 '카피라이터(Copy Writer)'에서 나온 말이다. 카피라이터도 직역하면 '카피(광고글귀)를 쓰는 사람'이다. 단, 카피라이터가 기존의 모든 광고를 포괄하는 크리에이터였다면 메디컬라이터는 주로 제약산업에서 광고글귀나 자료를 작성하는 직업이다.



  메디컬라이터는 발표된 연구논문 중에 콘텐츠가 될 만한 내용을 뽑아,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구성한다. 재구성한 말로 브로셔, 발표자료 등 2차 가공물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병원이나 약국에서 보는 포스터나 팜플렛이 메디컬라이터의 작품이다.



  메디컬라이터가 되려면 어려운 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 센스가 필요하다. 제약업계와 광고업계를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일단 연구논문을 읽을 수 있고, 제약업계의 언어를 알아들어야 그 모든 일들이 가능하다. 그래서 의료인이나 생명공학 등 제약분야와 관련한 전공이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을 메디컬라이터로 선호하는 편이다.



  제약분야 중 임상시험업계의 몸집이 커지면서, 요즘엔 임상연구의 프로토콜, 계획서, 보고서 등을 '쓰는' 사람도 메디컬라이터라고 부른다. 앞서 소개한 메디컬라이터를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 (줄여서 커뮤니케이션 MW)'라고 부른다면, 지금부터 설명할 메디컬라이터는 '임상연구 메디컬라이터 (줄여서 임상연구 MW)'라고 부른다.



  이들은 앞서 말한 광고카피를 쓰는 메디컬라이터와는 약간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MW가 제약업계와 광고업계를 연결하는 일을 했다면, 임상연구 MW는 신약개발의 과정들을 연결한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3-4차례에 걸쳐 임상시험을 해야하며, 그것을 토대로 허가기관에 허가를 받아야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문서들을 작성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며 허가기관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역할도 한다.



  앞서말한 커뮤니케이션 MW보다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지만, 요구하는 능력은 같다. 연구논문을 읽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내는 능력이 핵심이다.  관련 전공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는 것 또한 동일하다.


  




자, 여기까지 간단한 설명이 끝났으니 실제 JD(Job Description; 직무개요서)를 보면서 둘의 차이점과 MW 업무의 범위를 살펴보자.


  둘의 직무를 보면 임상연구 MW가 약어나 영어가 많아서 어려운 일 같고, 커뮤니케이션 MW는 대충 무슨 일인지는 알 것 같다. 논문을 찾고, 읽고, 해석하고, 재가공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임상연구 MW의 일이 여기에서 크게 다를까?



  어려운 말부터 살펴보면, protocol은 “임상연구 계획서”연구의 배경부터 시작과 끝을 설명하는 문서다. ICF는 Informed Consent Form으로 “동의서”이다. 우리가 수술 전이나 보험을 가입하면서 받는 그 동의서를 말하는 것이다. CRF는 Case Report Form으로 “증례기록서”를 말한다. 쉽게 말해, '기록지'를 의미한다. 환자를 만나서 설문이나 혈액검사 등 연구행위를 하면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 내 맘대로 끄적이는 게 아니라 앞서 말한 '프로토콜'의 계획과 양식대로 작성하는 걸 의미한다.


  Medical coding은 회사마다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만 대개 수집된 “증례기록서”의 용어를 의약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바꿔주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타는 듯이 아파요.’ 라는 걸 ‘작열감’ 으로 바꾸는 등 자주 사용하는 의학용어로 코딩하는 걸 의미한다. 더 나아가 엑셀 양식으로 컴퓨터가 읽을 수 있게 숫자로 변환하는 Data 기반 업무도 포함할 수 있다.



  Medical review도 비슷한 맥락으로 임상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로 작성하는 걸 확인하는 업무이며, DVS*검토는 data validation specification 데이터, 수치를 처리하는 기준에 따라 잘 작성되었는지 검토하는 업무이다.


*임상연구는 평균이나 중간값 등 여러 수학적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결과값을 본다. 이 때 이 숫자들이 올바른 숫자로만 구성되게 계획서에 DVS라고 규정한다. 피검사 수치를 소숫점 두 자리까지 볼건지, 환자의 통증 점수를 10점 만점으로 환산할지, 결과값 중 한 숫자가 100이상 나왔는데 그걸 어떻게 처리할지, 등 데이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미리 정리한 문서가 DVS다.



Essential Document 번역 감수계획서나 동의서를 만들기 위한 참고문헌 번역을 감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 규모에 따라 MW가 직접 번역을 할수도 있고, 외주 업체에 대량으로 의학 번역을 맡겨서 가져와 내부 MW가 감수를 할수도 있다.




식약처 관계기관 대응은 식약처에 가는 게 아니라 임상시험 계획서나 허가문서를 승인 받기 위해 식약처에 제출하고 나서 답변이 올 것이다. 한 번에 통과될 확률은 희박하여 뭘 자꾸 수정하라고 넘긴다. 이 때 넘어오는 피드백에 답변해 줄 업무를 MW에게 시킨다는 것이다. 이 또한 회사마다 부서 체계가 달라서 MW가 할 수도 있고, 학술팀이나 RA(Regulatory Affairs; 인허가 담당)가 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임상연구 MW의 어려운 용어들을 알아봤다. 커뮤니케이션 MW와 공통점을 보면, 논문을 보고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컨텐츠’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성한 ‘컨텐츠’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을 다하는 것도 MW의 몫이라고 적혀있다. 때때로 직접 번역을 할수도 있고, 번역물을 리뷰 및 피드백 하는것도 포함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영어’를 잘 해야 하고, 의학용어와 영어로 된 문서를 보고 관련 부서나 정부기관의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MW라는 사람의 필수 역량이라는 점이다.





그럼, 난 안 되겠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여기 보세요.


세상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들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우리는 그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뜯어볼 것이다. 관련 전공과 진입장벽이 쉬운 경력 쌓기부터해서 유사 직무와 적성 및 전망에 대해 알려주고자 한다.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직업으로의 세계로 가보길 원한다.








저자 소개


에이전시 메디컬라이터로 제약산업 마케팅의 메디컬 콘텐츠 생산자이자 메디컬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꼴찌를 겨우 면하여 졸업한 뒤, 임상 1년을 쌓았다. 그 뒤로 코이카 해외봉사 1.8년, 환경역학 보건연구간호사 1년, 국제보건 사업관리자 10개월, 보건소 역학조사관 6개월, 발암물질 간행물 집필 연구원 6개월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왔다. 더불어 온라인 석사과정(영국) 1년과 국내 일반대학원 석박통합과정생 2년(ing)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편집자 소개


지방4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하고, 종합병원의 VIP병동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다.


입사 6개월차가 되던 때에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나는 직장생활이 불행한데, 다들 그런가'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저자와 만나 '편집자'라는 거창한 칭호까지 받으며 본 매거진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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