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
첫 종이책을 출간한 지 딱 1년이 되었다.
출간하고 yes24 판매지수 900 달성과 1년까지 600을 유지했다는 건 초기 출간 목표였다.
감사하게도 두 가지 모두 이루었고,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라는 말이 나오는 1년이었다.
10월 출간 후 석 달이 지나고 새해가 되어 받아본 성적표는 대형 출판사도 아니고, 홍보를 밀어주는 서적이 아니었음에도 새해가 되자마자 받아본 인세 성적은 달콤했다.
329부가 팔렸다고 되어 있었다.
'아, 다행이다. 100부도 안 팔릴 줄 알았는데 어찌어찌 팔리긴 했구나.'
초보 작가는 그렇게 안도했다.
그나마 3개월 만에 성적표를 받아보기라도 하는 건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에세이나 교양/정보 서적 출간 작가들은 빠른 반응을 보기가 어렵다.
SNS를 하면서는 실시간으로 좋아요 알림도 받고, 댓글도 확인할 수 있어서 인기를 가늠할 수 있지만 아주 대박이 난 책이 아닌 경우에야 얼마나 반응이 오는지 알 길이 많지가 않다.
그나마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시대이니 리뷰를 볼 수 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서평과 후기를 기다리는 기간도 생각보다 길다.
문제는 책을 내고 난 다음에는 반응을 몇 개월이나 몇 주안에 보기라도 하지만 책을 쓰는 동안에는 철저히 작가인 나 자신만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대개의 반응은,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을 쓰다니. 계약을 왜 했어. 책은 왜 낸다고 해서...'이다.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출간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만이 축하한다거나 놀라움을 표현해 주는 감사한 인사뿐이다.
그러다 보니 혼자 집필하는 시간은 어둡고 눅눅한 지하세계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도 안 봐줄 거 같고, 봐도 혹평만 난무할 거 같은 비정하고 부정적인 결과만 기다리는 세상에 남겨진 기분 말이다.
인터넷에 남길 수 있는 글과 다르게 종이로 인쇄되는 책은 그래서 쓰기가 어려운가 보다.
요즘같이 소통이 활발하고 개방된 시대에 여전히 폐쇄적인 채널이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전자책만으로 책을 발행하는 것과 다르게 종이는 질감이 주는 힘이 있다.
손으로 느껴지는 촉감과 종이 냄새로 잉크로 묻힌 글자 하나하나를 체험하게 해 준다.
아프리카에 간 적 없지만 그곳에 있던 것처럼 만들어주는 힘은 단순히 컬러 사진을 사용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글자로 만져지기 때문인 것이다.
종이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대에 종이로 책을 대량으로 인쇄해서 팔고 싶은 사람들은 많아졌다.
종이가 인쇄되어 책장에서 선택받아 다 읽힐 때까지 반응을 알 수 없는 고독한 행위가 글작가의 창작이니 여러 종류의 책이 세상에 나오더라도 여전히 우린 책을 쓰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기술의 발전이 고독한 작가의 방에 희망이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방편이 생기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