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결혼식 당일
결혼 전날 신랑이 들어오고 늦은 밤 친정집에 들어가 잠을 잤다. 예식 당일 새벽 5시부터 메이크업하고 아침 먹고 대기하다가 시간 맞춰 예식 장소로 떠났다.
한복을 입고 풀메이크업을 하고 시골 동네로 들어가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도착해서 서로 사진 찍어주기 바쁜 시간 보내다 우리랑 비슷하게 도착한 사진사님이 구도 확인이 끝나자마자 웨딩촬영을 시작했다. 원래는 리허설도 하고 손님들도 맞이하고 했어야 했는데 사진 찍어 주시다 보니 식 진행 시간이 되어 행진을 시작했다.
사촌오빠가 사회를 맡고, 축가는 동생이랑 사촌동생이 맡아했다. 열심히 만들어준 스크립트대로 있는 식순을 쓱 지나가버리기도 하고, 노래 틀어달라고 한 동생님은 사라지시고, 축가는 핵망진창으로 삑사리에 삑사리를 더했다. 30분 남짓한 식은 폭삭 망했고 덕분에 감수성 그렁그렁한 중전마마들은 눈물을 쏙 삼킬 수 있었다.
결혼식에 누가 식순 기억하리. 주차 잘되고 밥만 맛있으면 된다니 그 두 개는 성공적이었으니 나름 선방한 행사가 아니었나 자부한다. 식사 위치도 신랑 가족과 신부 가족으로 나눠서 식사가 가능하게 배치되었다. 아마도 엄마의 형제자매들(고모, 작은 아빠 등)과 아빠의 형제자매들(삼촌, 이모 등)은 엄마, 아빠 결혼식 이후로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건 오랜만이었으리라.
나중에 보니 사진은 스튜디오 촬영 저리 가라 할 정도였고, 친가 외가 식구들 모두 편하게 주차하고(대신 거리가 멀었지만) 밥 먹고 교외로 가족끼리 놀러 갔다 올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이라 다행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섭섭하지만 당일날 정신없어서 겨를 없는 것보단 나중에 따로 만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줄여서 더 좋았으면 좋았지 서운하거나 아쉬운 건 없었다.
여전히 엄마는 드레스 입지 않아서 후회되지 않냐는 말을 하는데 오히려 식당에서 깔끔한 셔츠에 바지/치마 정장 스타일로 입고 인사만 했으면 하고 후회하지 간소하게 해서 하는 후회는 1도 없다.
**가장 후회되는 일이 하나 있었다면, 이 시간이 아니면 양가 가족이 모일 시간이 없으니 결혼식을 다 끝내고 나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한 일이었다. 미친듯이 몰려오는 피로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나온 중전마마들의 풀메이크업에 아, 다음부턴 피곤할 때 같이 밥먹자고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깨우침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