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인

by 김상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건물

몇 해전, 아르헨티나를 다녀왔다. 비행과 대기시간 합쳐 편도 40시간가량 걸려서. 새로운 곳으로 가는 설렘이 그 지겹고 따분한 시간을 이겨낼 수 있다. 사실 아르헨티나만 두 번째 방문이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마르델 플라타(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부산 정도)를 다녀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고 할 만큼, 백인들이 많고 건물들이 아름답다. 넓은 공간들은 대한민국을 살다 온 나로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고 어디를 보나 지평선이 펼쳐진 이 나라를 나는 사랑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며, 소들은 우리나리처럼 외양간에 갇혀 있거나 얌전히 풀을 먹는 게 아니고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소가 뛸 수 있는 가축인지 몰랐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고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벽화였다. 낡고 허물어진 건물이나 번듯한 건물 등 거의 모든 건물의 빈 벽에는 그라피티나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비어 있거나 허물어진 건물이 시내 한복판에 꽤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버려진 빈 건물은 을씨년스럽고 우범지대로 보이기 쉬운데, 그곳에서 아티스트들의 창작욕구가 도시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것 같아 다른 어떤 것보다 내 마음이 행복해져 연신 카메라를 누르기 바빴다. 며칠 전, 부산의 남포동과 중앙동 대청동을 걸으며, 한 때 부산의 최대 중심지였던 그곳이 이제는 낙후되고 부서지고 버려진 건물이 많아 안타까웠다. 특히 버려진 공간은 폐허의 느낌이 들 정도로 방치되어 낮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지나기도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광복동과 대청동 근처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마음껏 붓을 그릴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요즘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한국적 美를 도시 곳곳에서 선보인다면 이것 또한 포토존이 되고 명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녀의 눈은 아직도 나를 설레게하고, 잊을 수 없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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