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타 PD Oct 25. 2024

2) 고민을 나누면 일어나는 일

-직장인 1년차 협력사업 기획자편-

무엇이든 ‘처음’은 서툴기 마련이다.

대학생 때까진 서툴러도 처음이 주는 설렘이 더 크게 느껴졌기에 ‘일단 해보자!

아님 말고~’라는 마인드로 다양한 경험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느꼈던 서툴음은 나에게 설렘 대신 의기소침함을 주었다.


이상하게 회사에서는 사소한 것, 정말 별거 아닌 일 하나도 큰 일처럼 느껴졌고, 조금이라도 잘못될까 봐 걱정이 되어 조심스러웠다. 팀원들에게 당연한 것들이 나에게 당연하지 않았기에 모르는 투성이었지만 하나하나 물어보기엔 그들에겐 너무 사소한 것들이라 ‘이것도 몰라?’ 혹은 ‘바쁜데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돼?’라는 반응이 나올까 겁이 났다.


그렇게 잔뜩 주눅 든 채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오랜만에 대학 친구를 만났다.

시들시들해진 나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았고, 그런 친구의 표정과 말투가 너무나도 다정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렇게 눈물 젖은 곱창과 소주를 입에 털며 지금까지 일하면서 느꼈던 서글픔과 고민들을 쏟아냈다.


내 이야기를 한참 듣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서툴고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너 지금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맞아. 처음이니까 모를 수 있는 거고 다른 팀원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데, 왜 나는 지금까지 혼자 끙끙 앓고 있었을까.


그리곤 친구는 “모르는 게 당연한데, 그래도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을 알려줄게.”라며 업무 마감 기간 조정하는 법, 이메일 답장과 전체답장의 차이 등등 각종 꿀팁까지 전수해 주었다.

얼굴에 습기가 가득한 휴지를 붙인 채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는 나에게 친구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 얹었다.

“일할 때 사소한 것이라도 힘들고 어려운 게 있으면 마음 편히 털어놓을 사람을 회사에서 만들어봐. 그러면 훨씬 덜 외로울 거야.”

“팀 내에서 가장 편한 사람이 누구야? 그 사람에게 일하면서 드는 고민들을 털어놔봐.”


이때까진 팀원들과는 함께 일을 하는 사이이다 보니 내가 이야기하는 업무 고민들이 팀원들이 들었을 때 불평불만으로 생각하진 않을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나에게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 신뢰도 200%를 찍은 친구의 조언이었기에,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바로 다음 날 팀원에게 티타임을 요청했다.


처음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전혀 상관없는 말들을 늘어놓다가 마지막에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요즘 업무량이 감당하기 버겁다, 이런저런 업무 요청이 들어왔는데 어디서 관련 정보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등등 지금껏 나를 무겁게 짓누르던 일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나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던 팀원분은 이런 이야기 꺼내기 쉽지 않을 텐데 용기 내서 먼저 말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시작으로 본인의 경험을 빗대어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곤 이런 고민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달라고 하는 마지막 한 마디까지 들으니 지금껏 나를 짓누르던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고, 마음이 후련하고 가벼워졌다.


비록 나를 둘러싼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가 벽에 가로막혔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니 어떤 장애가 새롭게 나와도 나는 결국엔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생겼다.

이날을 계기로 앞으로 팀원들에게 내가 더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자고 마음을 먹었고,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하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땐 팀원들에게 질문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 사실 아직도 팀원들에게 메신저로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질문을 하는 건 부담스럽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사소한 질문이라면 메모해 두고 출근할 때 기회를 포착하여 팀원들에게 질문을 다다다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팀원분들은 하던 일을 잠시 놓고 나의 질문에 상세하게 답을 해주셨다. 그러다 보면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느껴지곤 한다.

나에게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일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면 생각보다 단순 명료한 것들일 때가 있다. 거기다 신뢰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받는 지지와 응원은 내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힘을 준다. 더군다나 내가 했던 고민을 이미 겪은 사람과 나누는 대화는 위로와 격려뿐만 아니라 해결방안까지 얻을 수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생각지도 못한 역경과 고난에 닥쳐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고민을 나누는 작은 용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