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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 PD Oct 26. 2024

5) 명쾌한 동료가 됩시다

-직장인 15년차 마케터편-

이 글은 회사에서 일하기가 혼란스러운 주니어 분들께,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라는 용기를 드리기 위해 쓰고 있습니다.


1) 목적을 뚜렷하게

저의 전 직장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도별 공채들이 기수대로 빽빽한 그런 대기업이었습니다.

주어진 업무가 어떤 큰 그림의 일부분인지 알기 어려운, 그런 곳이었죠.

입사 초기의 신입 시절에는 이런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그냥 좀 하면 안 되겠니?”


내가 맡고 있는 업무의 시야에서는 너무나도 맞지 않는 방향인데,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더해 가면서, 회사가 어떤 것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얻는 의사결정의 일부분에 속해있던 것임을 알게 되었지요. 회사의 방향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가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내가 하는 일의 취지를 되새기는 노력은 아예 놓아버리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회사로 이직하고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했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아래의 두 가지였거든요.

“이건 왜 하는 거예요?”

“OO님 의견은 어때요?”


목적을 생각하고, 논리적인 솔루션을 제안하는 노력을 재개해야 했던 처음 몇 달간은  정말이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달성해야 하는 미션을 명확히 했을 때에는 분명 아웃풋에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선, 이 태스크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다 명확해집니다. 마케터로서는 어떤 메시지를 누구에게 전달해야 할지 파악이 빨라질 수 있겠지요. 그리고 R&R을 나눠 작업한 뒤 다시 모여도 어느 정도 조화로운 아웃풋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는 더 나은 제안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목적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안하고 조율하게 됩니다.


이전의 회사에서도, 말을 꺼내진 않더라도 목적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보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돌이켜 보게 되기도 합니다. 당장은 ‘하라면 해’라고 했던 그 이상의 아웃풋이 나오지 않을 순 있겠지만, 배경과 목적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쌓인 내공은 분명 언젠가 빛을 발하게 됩니다.

어쨌든, 요즘의 미팅은 보통 이렇게 시작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을 미팅에 초대드린 이유는 ~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쉬운 단어의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지요?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2) 상대방의 언어로 소통하기

첫 회사에서 바벨탑이 21세기에도 존재하는구나, 실감한 적이 있었습니다.

문과인 제가 (God) 개발자님들께 전산 수정 요청을 드린 것이었는데, 도대체 설명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지금 이 얘기를 왜 하시는 건지 모를 대화가 이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회사의 여러 시스템 간 관계와 구성을 어느 정도 파악한 뒤에는 그분들과의 업무 소통이 훨씬 빠르고 수월해졌지만, 모든 상황에 익숙할 수는 없죠.


미리 관련 자료를 보면서 키워드를 파악하고, 많이 쓰이는 단어, 중요해 보이는 단어를 익혀 봅니다. 갑작스럽게 소통해야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빠르게 상대방의 언어와 키워드를 캐치해야 합니다.  

예산 관련 부서와 업무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의 가장 큰 니즈는 ‘얼마’가 ‘왜’ 증감하며, 이것이 재무회계 상 어떻게 표현되느냐 이므로, ‘얼마’ + ‘왜’ + ‘영향을 끼치는 항목’에 집중해서 대화하도록 합시다.  


상대방의 언어로 나의 니즈를 전달했고, 상대방의 니즈와 우려를 파악해서 조율을 마쳤다면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3) 말을 하자 : 저는 이렇게 이해되는데, 맞나요?

우리는 대체로 평범의 범주에 들어온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범한 분들도 계시지만, 논외로 할게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궁금하면 대체로 다른 사람도 궁금해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보통은 이상합니다.

‘이 부분이 이해가 잘 안 가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보통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의 역량/업무범위 밖이 맞습니다.


설령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용기를 내는 수밖에.

용기를 가지고 말을 입 밖에 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4) 중요한 것과 급한 것

취준생 시절, 가장 처음 갔던 면접의 이야기입니다.

마케팅 사관학교로 불리는 외국계 소비재 회사의 면접이었고, 저는 정말 면접을 잘 보고 싶은 취준생이었지요. 그렇기에 회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간 것이 무색한 다음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습니다.

“OO님은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이 있다면, 어떻게 순서를 정하시나요?”


당시로 돌아간다면, 아래와 같이 답할 것 같습니다.                              

- 급하고 중요한 일 : 1순위

- 급하고 덜 중요한 일 : 2순위

- 안 급하고 중요한 일 : 3순위

- 안 급하고 덜 중요한 일 : 4순위


중요하다는 것은 사람마다 상대적일 수 있지만, 급하다는 것은 꽤 명확합니다.

나에게 급할 수도 있고, 동료에게 급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기한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일잘러의 차별점을 만들어 주는 것은 3순위의 안 급하고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꼼꼼한 1순위와 재빠른 2순위가 완료되었다면, 한 끗을 더할 3순위를 위해 오늘도 조금 더 버텨 봅니다.



5) 퇴근 전과 후의 경계는 명확하게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밥을 먹을 때나 잠들기 전이나 회사에서의 일이 계속 생각나서 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바깥 친구들을 만나도 회사 얘기를 했고, 이런 생각에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되어 정작 회사에서는 회의적인 마음이 드는 날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 근처에 눈여겨보아 두었던 실탄사격장에 찾아갔습니다.

사격을 해보신 분들은 이미 경험해 보셨겠지만, 숨도 참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오롯이 과녁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렇게 10개의 총탄을 모두 소진하면서, 회사 생각을 머리에서 1g도 남기지 않고 ‘머리를 비운다’는 것을 처음 경험 했습니다.


회사 업무를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포인트를 업무에 적용할 생각에 설레는 타입의 긍정파라면,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생산적일 것 없는 스트레스만 이어지고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집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업무 중에는 완전히 몰입하고, 퇴근하면 완전히 잊고 나 자신을 돌아갑시다.


오늘도 내일도, 상쾌하게 퇴근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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