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팀에게 한 작가가 드리는 글
글 우물
저의 마음 안에는 글이 차오르는 우물이 있습니다.
이 우물은 참 신기하게도, 오롯이 스스로의 내면을 잠잠이 들여다볼 때 천천히 차오릅니다.
글이 충분히 차지 않았는데 억지로 퍼올리면, 글 우물은 어느새 말라붙어버립니다.
많은 작가분들이 자신의 마음 안에 저처럼 글 우물을 품고 있을 거예요.
이 우물은 사람마다 차오르는 속도도 다르고, 크기도 다릅니다.
모두가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글 우물이 차오르는 순간을 기쁜 마음으로 천천히, 설레며 기다립니다.
하지만 현재 브런치 스토리의 방향성은, 자신만의 소중한 글 우물이 차오르기를 신중히 기다리는 작가를 배려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글을 많이 써야만 좋은 작가는 아닙니다. 한 분야만 써야 전문성 있는 작가도 아니고요.
저는, 8월 9일부로 약간의 조급증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나도 내 글 우물이 미처 차오르기도 전에 조급하게 퍼내야 하는 걸까?' 하고요.
그러다 이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로 돌아가봅니다.
'내 글을 도구로 누군가의 내면성찰을 돕는 것'
그래서 저는 저의 내면의 소리대로 제 몫의 글 우물을 다시 기쁘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야만 저는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서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결론이 난 쟁점이지만, 작가들은 크기가 크든 속도가 느리든 자신만의 글 우물을 소중히 품고 있다는 걸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