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런 통제까지? 발칙한 상상, '유린타운'
mu-06
사회적 통제가 이루어지며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시기가 벌써 1년이 넘어서고 있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마스크 착용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우리는 점점 변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다가 가마솥에서 점점 끓는 물에 삶아져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하겠지만 설마 더 끔찍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내가 봤던 뮤지컬 <유린타운>에서 그려지는 모습으로 진행되는 일 말이다.
공연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어느 미래의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그곳에서는 끔찍한 물 부족으로 인해 국가가 공인한 회사가 공공의 유료 급수를 통제하며 관리하고 있다.
생리현상(대소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공공화장실에서 요금을 내고 사용해야 한다는 설정이다.
이를 어기고 개인적으로 사적인 곳에서 쌌다가는 체포되어 '유린타운'(오줌 마을)으로 추방된다.
처음에는 그곳이 어느 유배지라고 여겨졌지만, 공연이 진행되면서 죽임을 당하는 곳이라고 밝혀진다.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관객들은 지배자와 피지배층의 갈등, 숨겨진 음모와 미스터리, 달달한 로맨스 등 다양한 소재를 접하게 되는데 전반적으로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인간은 밥을 먹으면 똥을 싸고 물을 마시면 오줌을 싼다.
우리는 맛있고 탐스러운 음식으로 인해 삶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기도 하고, 동시에 더러운 배설물과도 같은 동족의 탐욕과 부패를 지켜보며 살맛이 안 나기도 한다.
쓴맛, 단맛 다 보면서 살아가는데 이상하게도 기쁘고 즐거운 일은 짧고 슬프고 답답하고 괴로운 일은 길다.
인생 대차대조표 총량에서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은데 상상력이 적자를 메꾸어 주는 건 아닐까 한다.
똑같이 먹고 싸고 자다가 무상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은 자면서 꿈을 꾸거나 깨어서 상상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상상이 만능은 아니다.
사실 상상은 허공에 흩어지는 담배 연기처럼 공허하기도 한데 잡히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상상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상상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값진 노력을 만들어 내는 순간이다.
글 쓰는 작가로서 나 역시 많은 상상을 통해 작품에 도전한다.
처음에는 허공에 떠다니는 작은 생각(상상)이 땅으로 떨어져 묻힌다. (착상)
씨앗처럼 의식의 밑바닥에 묻혀 있던 생각의 단초는 어느 순간에 소재나 주제로 '발상'의 움을 틔우고 그다음으로는 사건의 플롯이나 인물의 성격 등으로 '구상'의 줄기를 뻗어나간다.
막막했던 머릿속이 말끔해지면서 한줄 한줄 문장을 만들어 가기도 하다가 이내 어느 순간 막히면 처음부터 다시 돌아오는 원위치도 허다하다.
그 모든 순간이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황홀하다.
공연의 경우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들은 기계적으로 연기하는 로봇이 아니다.
초보들은 그렇게 할지 몰라도 프로들은 대본을 보고 행간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상상을 한다.
같은 대본에서 캐스팅에 따라 십인십색의 연기가 펼쳐지는 곳이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생에서도 같은 상황에서 다른 반응들을 가진 인간 군상의 모습이 펼쳐진다.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결국에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풍성한 결과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유린타운>은 절대적인 위치에서 독점권을 행사하던 야비한 회사의 보스가 추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이 아닌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다.
그의 자리를 이어받은 천사 같은 그의 딸이 선심성 정책을 펴고 모두가 무료로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개방한 결과 결국 더 심각한 물 부족 위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담배 연기와 같다고 했는데 니코틴 함량 1mg의 연기와 6mg의 그것이 같은 듯 서로 다르다.
이 작품의 작가는 무작정 밝은 결말보다는 조금은 묵직한 주제를 담아 끝을 맺었다.
코로나가 끝이 나면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될지 궁금하다.
상상은 질문에서 나온다.
나는 1mg의 밝은 미래를 생각해 본다.
무시무시한 추위와 해가 지지 않는 백야로 인해 오랜 역사를 통해 무료하고 따분한 밤을 지내야 했던 북유럽에 위치한 나라의 민족들이 해리포터가 주인공인 판타지 소설의 근간이 되는 신화와 설화를 발전시켰고 노키아를 비롯한 유수한 정밀 제조업을 성장시킨 사실도 실은 그 긴 밤을 가족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식탁 주위에 둘러앉아 뭔가 생활용품이나 기구를 만지작거리는 습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도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멋진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영상: 뮤지컬 <유린타운> 하이라이트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