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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Sep 06. 2023

이솝 우화: 독수리와 갈까마귀와 양치기

독후 단상

"독수리가 높은 바위에서 내려 덮쳐 새끼 양 한 마리를 채갔다.

이 모습을 보고 경쟁심이 생긴 갈까마귀가 독수리를 흉내 내며 숫양을 덮쳤다.

갈까마귀의 발톱이 곱슬곱슬한 양털 속에 박히는 바람에 빠져나올 수 없어서, 이를 지켜보던 양치기에게 잡히고 말았다."


갈까마귀는 무얼 잘못한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분수를 모르고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행동을 지적한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이 이야기의 교훈이 거기에 있다고 배웠다. 뱁새가 황새를 쫓는 이야기나 안분지족, 언감생심 같은 말도 연관해서 알게 되었다.


이제 나이 들어 다시 읽은 우화에서 예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 발견한다. 갈까마귀가 실패한 원인은 혼자서 단독으로 시도했다는 점 말이다. 만약에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더불어 여럿이 달려들었다면 성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화라는 건 원래 비현실적인 이야기에서 뭔가를 깨달아보자는 것 아닌가.


나는 젊어서 내가 독수리와 같다고 여기며 살았다. 이제는 갈까마귀처럼 도시 한 편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먹이를 구하는 시절이라고 해야겠다. 썩은 고기가 아니라 신선한 어린 양의 살점을 죽는 날까지 맛보지 못하고 살지도 모르겠다.


낡은 부리와 무딘 발톱이지만 함께 뜻을 나누고 남은 여정을 동행할 사람은 어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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