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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Sep 14. 2023

이솝 우화: 고양이와 닭들

독후 단상

어떤 농가의 닭들이 병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고양이가 의사로 변장한 뒤 치료에 필요한 도구들을 챙겨 그곳을 찾아갔다. 농가에 도착한 고양이가 닭들에게 물었다. "증상이 어떻습니까? 많이 안 좋은가요?" 닭들이 대답했다. "좋아요. 당신이 이곳을 떠난다면."


현명한 사람은 사악한 사람이 아무리 정직한 척해도 속지 않는다는 교훈의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 한 번 속으면 그건 속인 사람의 죄이지만, 두 번 이상 속게 되면 그때는 속은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도 떠오른다. 페친 한 분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포스팅이 올라왔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방에서 디지털 사기꾼들이 피라냐처럼 달려드는 시대이다.


고양이는 의사로 위장하기 위해 온갖 치료 도구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누군가를 속이는 자들은 속아 넘어가는 대상이 잠들어있을 때조차 밤을 새워가며 몇 곱절은 치밀한 시나리오를 만든다. 어느 날 느닷없이 친근하게 웃으며 다가와서 그럴듯한 이야기로 유혹하는 부류의 인간들을 조심해야 한다.


한 가지 더.


이솝은 기원전 6세기에 그리스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의 그리스어 이름은 아이소포스이며 이솝은 영어식 발음이다) 그는 원래 노예 태생으로 태어났으며 뛰어난 지혜가 왕에게까지 알려져서 자유의 신분이 되었고, 지금의 델포이인 델피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이를 시기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함에 빠져 감옥에 갇힌 후 처형당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노예 신분인 주제에 존경받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몸속에는 기존 제도권에 대한 저항과 조롱과 경멸의 피가 흘렀다. 그는 위정자들이 교언영색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와 기만하고 착취하는 행태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의사로 변장한 고양이를 한눈에 알아보는 지혜로운 닭이었던 것이다. 어느덧 총선이 내년에 치러질 예정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 이미지는 이솝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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