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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Sep 15. 2023

이솝 우화: 어부와 다랑어

독후 감상

어부가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나갔는데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해서 의기소침하게 앉아 있었다. 그때 무언가에게 쫓겨 달아나던 다랑어 한 마리가 자기도 모르게 어부의 배 안으로 쿵 하고 뛰어들었다. 어부는 어쩌다 잡은 다랑어를 시내로 가져다 팔았다.


살면서 뜻밖에 만나는 횡재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어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랑어의 편에서도 과연 그럴까?


원문을 살피면 다랑어는 '무언가에게 쫓겨 달아났다'라고 적혀있다.

상어와 같이 다랑어를 잡아먹는 포식자에게 쫓겼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도망치다가 막다른 골목에서 이승(물속)을 버리고 저승(물 밖)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학부모 갑질 민원에 시달린 초등학교 교사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발달장애를 앓는 자녀를 품에 안고 엄마가 사지(死地)로 몸을 던진다.

투자에 실패하여 채무에 시달리던 아빠는 아이들과 동반 자살을 한다.

알바를 구하려다 성폭행당한 10대가 고민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요즘 '자살'이란 말 대신에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극단이란 몰리고 몰려 막다른 낭떠러지가 눈 앞에 펼쳐지는 지점이다.

그 밑에서 자나깨나 인간의 영혼을 기다리는 저승사자는 요즘 뜻밖의 횡재수에 신이 나서 죽을 지경이다.


이 이야기는 ‘횡재’에 관한 즐겁고 행복한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내몰리는 ‘절박함’을 말하고 있는 슬픈 스토리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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