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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Sep 18. 2023

이솝 우화: 돌을 잡은 어부들

독후 단상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물이 묵직하자 어부들은 고기를 많이 잡은 줄 알고 기뻐서 춤을 추었다. 그런데 막상 그물을 확인하니 고기는 조금밖에 없었고 돌멩이와 다른 부스러기만 가득 차 있었고, 그래서 어부들은 무척 속이 상했다. 그러자 그들 중 늙은 어부가 말했다. "친구들이여, 그만 괴로워합시다. 기쁨과 고통은 마치 형제자매와 같소. 우리가 아까 그토록 기뻐했으니 고통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쾌청한 날과 비바람 치는 날이 함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인생이란 날씨라고 여기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자식을 키우는 일은 어떠한가?


아이들은 부모에게 보람과 좌절을 동시에 준다. 어린 나이에는 기쁨을 많이 주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근심하게 만드는 애물단지처럼 느껴진다. 자식 키우면서 양육의 그물에 점점 돌멩이와 쓰레기가 더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기억하자. 부모 눈에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바로 그 문제들이야말로 당사자인 자식의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좌충우돌하며 마음 벽을 부수고 망가뜨리고 무너지게 하는 아픔이라는 것을. 제대로 된 부모라면 자녀의 앞길에 놓인 돌밭과 가시덤불을 없애주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이란 '아빠찬스', '엄마찬스' 써가며 그런 장애물을 대신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다쳐서 아파하는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싸매주고 안아주는 것이라는 것을.


어부들은 그물에 걸리는 고기가 적더라도 다음날이면 다시 그물을 바다로 던진다. 변덕스러운 날씨 뒤에 한결같은 마음과 행동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맛이다.


한 가지 더, 선거에 관한 생각도 떠오른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철에 우리는 잔뜩 큰 기대를 품고 투표를 한다.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고 내 생활도 한결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들이 있었던 기억이 당연히 내게도 있다.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다음 총선에서 투표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바다가 아니라 거름 밭(똥통)에 그물을 던지는 기분이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표일에 우리투표소로 향해야 한다. 어부라면 그물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갑자기 정신없이 바쁜 아들 녀석이나 마음 통하는 벗과 더불어 회라도 한 접시 비우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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