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혀튼 소리

4:30 a.m

혀튼 소리

by 김쾌대

글을 쓰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 10시에 강의실로 찾아오시는 내 제자들이다.

87세, 70세, 54세... 글쓰기를 계속하고 책을 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나이.


그분들은 무슨 마음으로 수업에 나오시는 것일까?

그분들의 마음 속에서 무엇이 글을 쓰게 하라고 이끄는 것일까?


질문을 내게 해 본다.

너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가.

어떤 분이 그랬듯이,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그리하는 것인가?

너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다른 이에게 글쓰기를 권유하는 것인가.

팍팍한 생계를 유지하겠노라고 알량한 지식 상품을 팔고 있는 것인가?


가르친다고 하지만 실은 배우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나이와 성별과 살아온 길이 너무 다르지만, 서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기쁨이 있어서이다.

이토록 숨막히고 삭막하고 끈적거리는 세상에서 한 모금 냉수처럼 해갈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매주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이 시간은, 깨어서 꿈꾸며 날아다니는 몽유(夢遊)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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