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노트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나름대로 알차고 보람있게 지냈습니다.
밤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쩌면 자리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늦은 야식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잠이 오지 않아 집 앞 골목길을 서성이고 있을지도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제 글을 당신이 집중해서 읽지는 않는다는 점이겠죠.
어릴 적 교실의 책상과 걸상 앞에 똘망똘망한 눈으로 칠판을 바라보듯,
첫 데이트 날 상대방의 얼굴과 옷차림을 무심하면서도 유심히 훑어보듯,
아이가 태어나서 칭얼거릴 때 눈을 밝히며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펴보듯,
그렇게 자세를 바로하고 정신을 차리며
이 글을 읽지는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당신의 글을 그렇게 읽어가곤 하니까요.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담벼락에 대고 헛구역질을 하듯, SNS 담벼락에 사연을 쏟아내며 지내고 있습니다.
답답하니까,
거북하니까,
허전하니까,
외로우니까.
그건 마치 낯설고 어두운 공간에서 정신을 차리고,
"거기 누구 없나요?"라고 던지는 말처럼 공허하고 절박하기도 합니다.
그래요.
예상했던 것처럼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없습니다.
간혹 대답이 들리기는 하지만,
그건 내가 있는 방이 아닌 복도나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내 목을 타고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줘서.
당신은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표류하는 망망대해에서 퍼마시는 바닷물은 아닙니다.
우리는 잠시 물결 위 파문으로 스쳐 지나가며
호기롭게 중첩도 하고 허무하게 상쇄도 하다가
다시 각자의 길로 흘러가는 강물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앞길을 응원합니다.
비록 이 편지를 여기까지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