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상] 예술하는 습관_메이슨 커리 (걷는 나무,

책을 읽고

by 김쾌대

0. 들어가며


이 책은 모두 12개의 챕터에서 총 131명에 달하는 예술가들이 창작하기 위해 어떤 모습으로 지냈는지를 자료조사를 통해 추적하여 서술한 내용을 담고 있다. 글작가, 화가, 음악가, 무용수, 가수,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소개되었고, 특히 전편인 <리추얼>에서 비중이 작았던 여성 예술가들을 많이 선별하였다는 특징이 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나는 '예술가란 누구인가?'(어떤 사람들인가?)와 '예술이란 분야가 다른 정치, 경제, 사회 영역과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예술가란 누구인가?


이 책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의 일상생활에서의 습관을 엿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어떤 공식처럼 정해진 규칙이 따로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일정한 루틴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고, 또 다른 화가는 어슬렁거리며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가 미친 듯이 몰입해서 작품에 매달리기도 한다. 흔한 비유로 산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도전하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방법에 관한 분석이 아니라 예술가들은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그 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오직 자기에게만 맞는 옷처럼 고유하고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이 책은 넌지시 전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들은 쉽고 간편한 '모방'에 대해 천성적으로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출산에 따르는 산통에 해당하는 강박과 우울과 불안과 단조로움과 외로움과 공허와 허무 등 정신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는 면이 있어 보인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출산과 육아와 가사 노동까지 더해지며 이중, 삼중의 환경적인 제약까지 이겨내야 한다. 그 모든 난관을 헤치고 그들이 받는 보상은 산통 후에 아이(생명)에게서 얻을 수 있는 희열이 아니라면 설명할 도리가 없다고 느꼈다.


그런 정신적인 고통과 그 이후에 오는 보상은, 일반 노동과 비교하여 금전적으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물론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고 그에 따른 부와 명성을 얻을 수도 있지만, 예술가들은 로또를 긁는 마음으로 창작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정신적이고 비물질적인 세계에서 전해주는 만족과 기쁨이 있을 것이고, 좀 더 비약해서 이야기하자면 '쓰거나 그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충동에 끌려 창작의 흐름 속에 자기 존재를 던지는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건 마치 음식을 섭취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배설해야 하는 것처럼 도저히 비껴갈 수 없는 본능이자 숙명과도 같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운명에 사로잡혀 일종의 구원을 이루어 주는 존재, 뮤즈의 존재에 관해서도 여기저기에서 언급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스스로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필연적으로 누군가가 그를 끌어내 줘야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논리에 해당한다. 예술가들은 자기를 구원해 줄 신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를 기다리며, 동시에 필사적으로 그 대상을 만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흔한 얘기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에 해당하는 얘기이다.


2. 예술 분야(행위)의 특징


나는 작가란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경계는 서로 다른 성질의 영역이 맞물려 있는 시공간이다. 현실과 이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소멸하는 것과 영원한 것,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 과거의 확신과 미래의 불안과도 같은 양극 사이에서 여기가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지를 흔들리는 나침반 바늘처럼 고민하며 진실을 더듬어 가는 방랑자와도 같은 모습의 예술가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예술가들이 사회적으로는 무당이나 광대와도 유사한 분야에 속해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김우기 평론가의 역서인 <네오 샤먼으로서의 작가>라는 책을 예전에 읽어서였는지 모르겠다.


그들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예사롭지 않고 특별해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평범한 인간의 속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진정한 예술가들이라면 사람들이 자기를 신적 존재로 추앙하고 숭배하는 것에 대하여 병적으로 손사래를 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희생을 통하여 특별한 위로와 희망을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는 직업적 소명을 지니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으며 그곳에서의 풍경과 장면을 작품을 통해 전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보고 듣지 못한 것들을 상상하게 하고, 그리하여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희망이 넘치는 곳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제공해야 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예술가들이 자기들의 정신적 지주인 뮤즈의 요청에 충실하다면, 아름다움을 목숨처럼 추구해야 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만약 자기가 지닌 특별한 재능으로 인해 스스로를 신처럼 높인다면, 사이비 무당이나 거짓 광대처럼 그보다 더 우스꽝스럽고 비극적인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예술가들의 평범한 습관(루틴)을 자세히 묘사한 것은, 그들 역시 우리 일반인과 다른 듯하지만 동시에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얻고 있다.


3. 나가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게 이 책은 나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다른 예술가들(화가, 음악가, 공연자, 디자이너, 배우, 영화 제작자, 콘텐츠 기획자...)에게도 비슷한 유익함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예술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이 책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직업으로서의 예술을 넘어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이 (은행 잔고 뿐만이 아니라) 충만하고 아름답게 채워지기를 소망하며 지낸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는 예술을 하는 방법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예술가들은 우리와 똑같이 어떤 목표 또는 정상을 향하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 올라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처럼 독창적인 방법을 만들지는 못할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 길을 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일반인들도 예술가들에게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면 배워야 한다. 예술가들이 일반인들에게 뭔가를 전해주기 위하여 고통을 견디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자기만족을 위해 창작 활동을 하는 나르시스적인 예술가들도 없지는 않지만, 그건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손해이니 너무 신경 쓸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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