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내려놓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욕심을 버려서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이나 방식과 다른 타인들의 언행으로 인하여 상처받고 분노하며 마음의 평화가 깨지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일에서 내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반쯤 연예인이 된 일부 종교인들이 대중강연에 나와 에고와 집착도 욕심이라고 설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듯한 말로 들리지만 이는 남에 대해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는 곳과 먹는 문제 등 다 남이 해결해주고 자식 양육이나 부모 봉양의 의무를 안 지켜도 되는 수도자의 경우라면 에고, 집착, 욕심 모두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따라서 고도의 자기수양과 마음훈련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나는 가톨릭 신자인데 때때로 불가의 가르침이 크게 울림을 주는 일이 있다. 1년 전쯤 명동성당에서 비구니 스님이 아베 마리아 독송을 불러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다른 종교라 하더라도 서로 통하는 게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불가 혹은 불교의 가르침에 매료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EBS 방송 클래스e에서 ‘원영 스님의 불교 이야기’를 시리즈로 방영한 것을 보고나서였다. 苦, 無常, 無我 등의 개념 설명을 재미있게 들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금강경과 반야심경의 경전이 어떤 내용인지 검색도 해보았다. 잘은 모르겠고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매우 깊이가 있는 가르침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주제넘게 종교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한번쯤 불가의 가르침이나 불교의 정신을 교훈으로 하여 우리의 마음가짐이 어때야 하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살면서 마음이 불편하고 흔들릴 때 ‘이 또한 지나가리’(This too shall pass.)라는 말을 떠올리면 한결 불편한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등의 생각이 들 때 과거의 인연에 따라 그 일이 일어났다는 緣起의 법칙을 떠올리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요즘 들어 가장 꽂혀 있는 말이 제목에 나와 있는 ‘여보게, 그 짐 다 지고 갈 건가’라는 문구이다. 재물 이야기도 되겠지만 내가 주목하는 초점은 재물이 아니고 마음의 부담에 있다. 성격이 예민한 탓인지 나의 권리와 의무, 주변 사람과의 관계,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 등과 관련하여 많은 잡념이 들고 마음의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재물이 풍족한 것은 원하지 않고 마음이 편안하기만을 바라는데 이게 좀처럼 잘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여보게...의 경구가 떠올랐고 이 가르침에 좀 더 충실해야 하겠구나 새삼 다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몇 달 전 우연히 법상 스님의 책, [슬기로운 생활수행]을 읽게 되었다. 책의 여기저기 좋았던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괴로움은 마음이 거기에 갈 때 느끼는 것이다. 괴로움이 없는 것이 해탈이고 열반이다....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의 반을 성취한다.... 여행 떠날 때 며칠 동안 마음을 비우게 되고 집착 없이 그냥 구경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삶을 놀이처럼 생각하라고 하고 인생을 쉽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한 발 떨어져서 구경꾼처럼 말이다. 그것이 위빠사나 명상의 정신과도 합치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맡겨버림 즉 방하착의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나아가 저자는 붓다도 외로웠고 공허하다고 하셨음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풍요 속에서도 외롭고 허전함을 느끼게 되는데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나 가르침을 그대로 믿고 따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꽤 위로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음의 무거운 짐을 계속 지고 다닐 것이 아니라 일단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면 이전보다 평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짊어진 짐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선 다 지고 가는 방식을 탈피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마음의 평화를 얻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친 김에 책 이야기 하나만 더 하자면,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추천하고자 한다. 저자의 인도 여행기인데 나는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경제 상황으로나 사회 제도 상으로 풍족하지 않은 나라에 사는 인도인들이 어떻게 널찍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는지 짐작케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인생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강추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