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열 Jul 13. 2024

反 기업가정신에 대하여

기업가정신을 통해 기회를 탐색하고 위험에 도전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반대의 방향으로 오너경영자가 탐욕과 불법, 독재적 권력행사를 일상적으로 행하는 현상을 反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는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모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전문경영체제보다는 소유경영체제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오너경영자의 반 기업가정신은 경제사회의 병폐인 동시에 기업성과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할 것이다.

최근 ESG 경영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그린 워싱의 문제가 우려로 등장하고 있다. ESG의 E에 해당하는 환경분야에서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지만 열심히 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말하는데 환경경영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모든 차원에서 가짜로 실적을 부풀리는 것을 ESG 워싱이라고 부르게 된다. 워싱을 하면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고 자금조달이나 주가관리에서 유리함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시스템을 전문경영체제와 소유경영체제로 나누었을 때, 소유경영체제 하에서의 ESG 경영은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하여 매우 잘 운영될 수도 있고 반대로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내용은 보잘 것 없거나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도 ESG를 실천하는 것처럼 운영되는 양면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이 오너체제의 기업가정신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ESG 경영의 양면성은 현실적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작금의 상황에서 소극적인 의도의 ESG 워싱이나 보다 적극적이고 악의적인 반 기업가정신의 행태가 부분적으로 행해지고 있고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경제적, 사회적 감시체제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는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더욱 심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도경영과 윤리경영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지만 일부 일탈적인 반 기업가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반 기업가정신의 소유영체제에서 오너는 단순한 CEO가 아니다. 황제 또는 교주로 군림하게 된다. 대개 이런 문제 있는 기업들에서는 임직원들이 오너에 절대복종하게 되고 충성과 아부의 경쟁이 극심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 가운데 오너는 권력 도파민의 중독자가 되어 점점 더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준법, 도덕, 윤리의 틀을 초월하게 된다. 이런 문제의 기업들일수록 ESG 경영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해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고 ESG 위원회와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하며 환경보호, 사회기부 프로그램에도 참여를 한다.

그린 워싱에서는 E에서 문제가 발생하지만 ESG 워싱의 경우 E나 S의 활동을 잘 하지만 G의 활동을 잘 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오너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수익과 기회를 빼돌리거나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富의 이전(tunneling)이라고 부른다. 소유경영체제에서 발생하는 반 기업가정신의 행태로 인하여 ESG 경영은 유명무실한 구호가 될 수밖에 없다. 제도적 장치만으로 부정행위의 소지를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너 자신이 자제력과 도덕성을 발휘하여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ESG의 G 즉 지배구조는 오너나 CEO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ESG 그중에서도 G 부분을 잘 한다고 하여 반드시 도전과 창조의 기업가정신이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 ESG 경영과 기업가정신은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 워싱을 통하여 G 부분을 잘 못함에도 불구하고 잘 하는 것처럼 포장하게 되면 반 기업가정신의 행태가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SG 워싱과 반 기업가정신을 연결시켜 논의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정치인과 CEO는 하루하루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선의로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법률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ESG 경영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발 한번 잘못 내디디면 ESG 워싱이 될 수도 있으니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실수가 아니고 고의로 반 기업가적 경영을 하는 일부 기업과 그 오너에 대해서는 감시시스템이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도록 제도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경협, 기업가정신의 본산이 되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