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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열 Oct 11. 2024

2-12 주부 한경희 CEO가 되다

  결혼한 주부 겸 안정된 공무원의 길을 마다하고 사업가로 변신한 여성 기업인이 있다. 바로 (주)한경희생활과학의 대표 한경희이다. 한경희가 1999년 설립한 한영전자는 2006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뀌었고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 등 대박상품으로 2009년 10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다 2017년 부실과 적자로 부도위험까지 갔다가 법정관리를 거쳐 재기하였고 지금은 법인명이 한티앤에스로 변경되어 다른 사람이 대표를 맡고 있다.

  주부로서, 전문직 여성으로 편하게 살 수도 있었던 한 대표가 왜 사업을 시작했을까? 집안에서 청소를 하던 한경희는 걸레질에 불편을 느끼고 해결할 방법을 찾던 중 걸레에서 뜨거운 김이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를 스스로 만들어서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업이 어렵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주부로 안주하는 삶보다는 차라리 어려운 길을 가는 게 낫겠다는 결심이 서게 된다.

  집을 담보로 하여 사업자금을 만드는 것까지는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아이디어를 토대로 제품개발 하는 데는 엄청난 시련이 뒤따랐다. 당초 6개월 정도면 되리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4년에 걸쳐 시제품 개발이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기술적 장벽보다도 한 대표의 완벽주의가 한 몫을 하였다. 안전성, 완성도 등에서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매달렸던 것이다. 이후 신제품이 출시되지만 판로개척은 또 다른 문제였다.

  결국 주력시장을 피하고 홈쇼핑이라고 하는 비교적 경쟁이 덜 심한 경로를 택해 영업을 개시하였는데 예상 외로 소비자인 주부들의 반응이 뜨거워서 높은 성과를 시현하게 된다. 점차로 시장점유율과 브랜드가치를 높여 가던 중 한 대표는 새로운 시도에 스스로 도전을 하게 된다. 지금 점유율이 높으면 곧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성장이 둔화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미래대비 차원에서 미국시장 진출을 추진하게 된다.

  주부로서 사업을 시작하고 국내시장에서 탄탄한 성과를 냈으면 그 정도로 그칠 법도 한데 해외진출 즉 글로벌화를 꿈꿨다는 것이 한 대표가 뛰어난 기업가정신의 소유자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예상대로 미국진출은 쉽지 않았지만 국내시장에서 체득한 홈쇼핑 영업방식을 미국에서 재현하기로 하고 무려 8개월에 걸친 철저한 준비를 한 끝에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한경희의 기업가적 기질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적 론칭과 성장은 대기업의 진입과 유사제품의 출현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한 대표는 회사명, 제품명에 모두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품질보증과 수리서비스에서 타사와 차별화되는 경쟁방식으로 승부하였다. 이 역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대기업 제품이 있지만 같은 주부가 만드는 제품을 사주는 충성고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경희는 2008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여성 기업인 50인’에 꼽혔다. 대기업 또는 재벌그룹의 2세, 3세 경영인 중 여성도 있지만 스스로 창업하여 중견기업까지 키워낸 여성 CEO로서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사업의 세계에서 여성으로서, 그것도 주부였던 사람이 비즈니스 업계의 주목을 받고 당당하게 활약하는 모습은 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경희 생활과학은 초기의 신제품에서 성과를 거둔 뒤 후속제품 개발과 시장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결합하여 제품을 출시해도 이전만큼 차별화 전략이 잘 안 먹혔던 것인지 매출이 감소하고 재무상황은 악화하여 워크아웃이 논의되다가 법정관리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 회생과 재기에 성공한 한 대표는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가 한경희는 특유의 도전정신, 철두철미하고 꼼꼼한 사전준비, 엄청난 열정 등으로 사업을 일구어왔고 잠시 시련의 시기를 겪었다. 한경희의 성공 스토리는 경영의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사업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경희의 좌절 스토리는 잠시 실패할 수 있지만 다시 일어서면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타고난 기업가는 없으며 누구나 기업가정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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