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의 과업을 쫒는 사람들

by 쿠쿠

일생의 과업이라는 말이 있지요. life work이라고 하나요? 자기 인생을 걸고, 하고자 하는 일에 전념하는, 그런 걸 말하는 듯합니다. 동시에 그렇게 삶을 값어치 있게, 멋지게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하겠지요. 다만 그러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결코 쉬운 길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을 합니다.

얼마 전 모 TV 방송에서 반 고흐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정말 깊은 감동을 받았지요. 살아생전에 작품 하나도 팔리지 않아 평생 궁핍한 삶을 살다간 사람, 그나마 형의 예술가적 능력을 알아챈 동생이 보살펴 준 덕택에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사람, 수많은 작품을 남기고 마침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사람, 반 고흐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의 불멸의 작품들은 후기 인상파 화풍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미술사의 위대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김영갑이라는 사진작가가 있었지요. 나와 동갑, 동향이더라고요. 아마추어 사진가로 제주도에 정착해 살면서 제주의 하늘, 오름, 들판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던 사람입니다. 필름 살 돈이 없어 카메라를 전당포에 맡겼다던가, 어렵게 구입한 필름이 홍수로 물에 잠겨 사용치 못하게 되었다던가, 어느 한 곳을 찍기 위해 몇날며칠을 거기서 지내며 원하는 사진 한 장을 얻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전해져 옵니다. 그가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제주도에 두모악 갤러리가 문을 열어 작품을 전시하고 그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과 조금 다른 측면이기는 합니다만 필생의 과업에 도전하여 큰 성과를 낸 사람을 한명 소개하려고 합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야기인데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여 오랜 꿈으로 간직했던 이스탄불 이야기를 그려내고 [술탄과 황제]라는 책으로 발간(2012년)했지요. 책을 꼼꼼히 읽어보면, 방대하고도 어렵기 그지없는 자료조사를 철저하게 해내고 고증과 상상을 거쳐 한권의 책으로 완성해낸 솜씨도 그렇거니와 그 노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못할 것이 분명한데 일반 독자의 경우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 하나 완독하는 것만으로도 큰 일 해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의 말을 빌리면 자료준비 하는 데 2년여, 집필에 2년 정도 걸려 책이 발간되었고 1판 출간 이후 책이 많이 팔렸지만 중간에 발매를 중단하고 개정판을 준비하여 4년만인 2016년 [다시 쓰는 술탄과 황제]라는 책을 재발간 했습니다. 그 긴 세월 그런 노력을 지속하여 할 수 있었던 것은 일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이 무렵에 무언가 조사하다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다시 읽게 되었어요. 로버트 기요사키라는 작가가 1997년 처음 출간하여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2018년에 20주년 특별기념판이 새로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2024년 10월 송도에서 로버트 기요사키 내한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지요. 내용은 많지만 결국 월급 받는 직장인이 아니라 자기사업을 해라, 예금 같은 것 하지 말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해라, 끊임없이 돈을 벌 궁리를 하고 실천을 해라 등등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이고 부자 되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생각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삶의 방식, 인생관, 세계관이 좋은 것인가 하면 나는 절대로 동의를 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돈을 많이 벌려고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요. 과학자로 달 탐사선과 같은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사람도 있고, UN과 같은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도 있고, 세계적인 성악가로 한국을 빛낸 사람도 있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보람을 위해 의미 있게 그리고 가치 있게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이런 사람들이 모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방식대로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과학도, 예술도, 봉사도, 작은 성취도 없이 오로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어디에 투자하면 성과가 더 좋을까 이런 것만 있었겠지요. 요즘 도서관에서, 지하철에서 주식투자 차트를 보는 중장년이 꽤 많고 젊은이들이 모여서 주식이나 코인 투자 이야기, 집이나 땅을 사놓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고 귀에 들려와요.

경제관이 확실하고 실용적인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긴 한데 여기에만 너무 몰입하지 말고 좀 더 열정을 갖고 집중해서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내 앞길도 바쁜데 쓸데없이 남에 대한 걱정이나 참견을 하는 것은 아니고요. 남들은 어찌 살든 나는 일생의, 필생의 과업을 쫒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참 좋아 보이고 나도 무언가 열정을 가질 일을 찾아 하루하루 차분하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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