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일을 했었을 때와 은퇴 후 일을 그만두었을 때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단지 일해서 소득이 생기고 일하며 관계를 형성하던 것이 없어진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나의 쓸모가 줄어들거나 없어진다는 자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 일을 하면서 퇴직을 안 하거나 퇴직해도 연장선상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언젠가는 그만두게 되고 결국 시간선택의 문제이기에 누구도 피해갈수 없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고 할 것이다.
일을 안 하게 되거나 적게 하는 데서 오는 상실감은 은퇴 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안 그런 척 하겠지만 공허함이 커지고 자신감이 줄어들어 생활의 활력이 크게 줄어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여전히 활기 있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대안들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등산과 여행을 다니거나 부업을 하거나 새로운 소일거리를 찾거나 새로운 모임에 들어 자주 나가거나 이럴 텐데 잘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새로 시작하는 활동의 하나로 책읽기와 글쓰기를 적극 추천하고자 한다. 인간이 하는 여러 가지 활동 중에 책을 읽거나 쓰는 행위는 다른 것들에 비해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책을 쓰는 데는 몇 년이 걸리고 남이 쓴 책을 읽는 데도 몇 주나 몇 달이 걸린다. 더 어렵다는 뜻보다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요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 티브이나 유튜브를 보다보면 정치 뉴스에 접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대한민국에 사는 게 참 힘들구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다 이런 수준인가 등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 정치, 정당 무용론과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 책 그중에서도 고전이나 명작을 찾아서 읽게 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책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책 한권 제대로 읽기가 어렵듯이 글쓰기 또한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몇 달이 아니라 몇 년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민진 작가의 책이나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서들을 보면 이 책을 쓰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요즘 세상에 자신만의 감성이나 단편적인 생각, 경험에 의존하여 책을 뚝딱뚝딱 써내는 사람들이 많더라만 이런 경우 읽는 사람에게 별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다.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각설하면, 열심히 일을 하고 취미활동 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내면을 다지고 나를 마주보는 것의 하나로써 책읽기와 글쓰기를 시도해보기 권유한다. 요즘 사람들 너나 할 것 없이 문해력이 떨어지고 소통이 어려워지는 상황인데 책과 글을 멀리하고 SNS가 범람하는 탓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책읽기와 글쓰기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