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정년퇴임 후 주로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해왔다. 많은 책을 읽었고 두 권의 저서도 냈으니 꽤 열심히 한 셈이 된다.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지만 왠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책읽기와 글쓰기는 순전히 나를 상대로 한 작업이라서 남이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말이 아니라 나 혼자 무언가 하는 데서 오는 약간의 결핍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계속하면서도 무언가 네트워크에 속하는 일이 무엇일까 검토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어떤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내년 중반 경 시험이니 대략 7,8개월 준비기간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 살아왔던 그리고 일해 왔던 분야와 전혀 다른 색깔의 자격증, 이게 말이 되나 싶어서 고민을 했지만 오히려 안 하던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무슨 수험준비를 하고 시험을 본다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돌이켜 보니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시험을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 시험은 단순히 진학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방향을 정하거나 큰 물줄기를 바꾸는 것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또 정해진 틀에서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시험이기도 했다. 10여개의 시험을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실치 않지만 거의 또는 모두 합격을 하였었다. 고교, 대학 진학 시 한번씩 떨어진 적 있지만 졸업 후에는 거의 다 성공을 하였던 것이다.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제대로 될까 노심초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수험 준비기간 중에는 다른 데 신경 쓸 일이 없고 한곳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오히려 마음 편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 더구나 생전 안 해본 분야를 선택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 혼자 연구하거나 책을 쓰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남을 상대로 강의하고 자문하고 하는 등의 일은 이제 별로 재미가 없고 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 준비를 위해 낯선 분야의 책을 사고 인강에 등록하고 안경도 새로 맞췄다. 남들은 많이 하는 것인데 나한테 익숙지 않은 것이니 더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 합격한다고 해서 당장 일이 주어지거나 소득이 발생할지는 모르는 것이고 알고 싶지도 않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좀 치열하게 해볼 생각인데 옛날 시절처럼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다만 60대 후반의 수험생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