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우나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정도면 가히 소확행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전에도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안 간 것은 아니다. 매일 집에서 샤워를 하기 때문에 굳이 목욕하러 안 가도 되지만 어쩌다 한번 사우나에 가면 훨씬 개운하고 상쾌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우나 다니는 빈도가 높아져서 최소 주1회는 꼭 다니고 있다.
샤워가 아니라 목욕하는 것을 두고 뭐 소확행까지 들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단순히 몸을 닦는 데 그치지 않고 탕에 들어가 물에 완전히 몸을 담그면 혈액순환에도 좋고 기분전환에도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집 화장실에 목욕 튜브가 있다 해도 이야기가 다르다. 집에서는 온도나 습도가 사우나처럼 되지 않는다. 크기도 중요하다. 널찍한 탕에 들어가는 것과 좁은 튜브에 몸을 담그는 것은 느낌이 크게 다르다.
이후 포스코로 개명한 포항제철의 설립자 박태준 회장, 그의 목욕 예찬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사람은 몸이 깨끗해야 마음도 깨끗해진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고 틈만 나면 여러 사람에게 전파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아현동 자택 근처에 단골로 다니던 목욕탕이 있었다고 한다. 굳이 유명인의 이야기를 하거나 일부러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목욕은 몸을 닦는 행위를 넘어 마음을 다잡는 의미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로마제국은 목욕 문화의 대명사이다. 도심 한가운데 근사한 목욕탕을 많이 지어놓고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렸으며 목욕 뿐 아니라 사교와 비즈니스까지 목욕탕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니 대단한 목욕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목욕 문화가 너무 사치스럽게 변질되고 나태와 향락까지 이어지면서 로마제국 몰락의 한 단초가 되었다는 설이 있듯이 목욕은 로마인들의 소확행이 아닌 대확행이었던 것이다.
점점 일상이 재미가 없고 자주 마음이 심란해지는 초로의 사람들이라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일단 사우나에 자주 다니면 어떨까 제안을 한다. 사우나에 가서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여유를 한두 시간 갖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바쁘게 그리고 대부분 남을 위해 살았던 우리 세대, 자신을 위한 것은 거의 못해본 개발연대의 사람들, 이제 대확행은 없어도 소확행은 누리며 살아갈 자격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