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지나 이제 와서 처음 말하는 건데, 사실 오래전부터 ABBA의 빅팬이었고 2000년 옥스퍼드 대학 방문연구자로 머물 때 영국에 도착해서 이틀만인가 옥스퍼드 콘서트홀에서 열린 ABBA 트리뷰트(헌정 아티스트) 쇼에 혼자 보러간 적이 있다. 물론 한국에 있을 때 표를 예매해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갈 때 CD 두 개 이삿짐에 싸갔는데 그중 하나가 ABBA 앨범이었다. 다른 하나는 한국 팝 모음 CD였는데 혹시 현지인들이 한국 음악에 관심 있으면 들려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처럼 ABBA의 광팬이었지만 그들의 실황공연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옆 나라 일본에는 왔는데 한국에는 안 왔고 그들이 한참 인기였을 때 나는 아직 대학생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세대는 잘 모를 테지만 세계를 뒤흔든 뮤직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자랑이고 두 부부(이름 자가 A로 시작하는 두 명, B로 시작하는 두 명)으로 구성된 혼성 팝 아티스트이다. 주옥같은 곡들이 즐비하다. 하나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곡들이다. 믿기지 않으면 한 번 들어보라. 시대가 시대인지라 고화질 영상은 없다. 음원은 고품질로 즐길 수 있다.
갑자기 ABBA 얘기를 왜 꺼내는고 하니 어쩌다가 rock mob 또는 city rock이라고 하는 영역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mob은 군중, 무리라는 뜻이고 소수의 아티스트 공연이 아닌 많은 대중이 참여하는 공연을 말한다. 내가 본 영상은 헝가리 시골도시 케치케메트(Kecskemét)에서 450명의 일반인 뮤지션이 참가하여 ABBA의 Gimme! Gimme! Gimme! 라는 곡을 연주하는 것이었다.
요즘 말로 락이나 클래식 음악의 플래시 mob이라는 것인데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이 모여서 누구는 기타를 치고 누구는 드럼을 치고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특히 어린 아이들은 옆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프로의 재능이 없는 일반인들이 모여서 이루어내는 공연예술임 셈이다. 그런데 이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저절로 평화와 행복이 느껴지게 된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요즘 국제공항에서 미리 연출되지 않고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연주하는 영상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런 영상을 보면 참 아름답다고 느껴지고 행복이 별거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음악은 소수의 전문가나 짜여진 틀 안에서 하는 게 아니라 대중들이 모여서 또는 그냥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연주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본 영상은 마침 ABBA의 곡이기도 했고 어느 이름 없는 도시에서 공연된 city rock이었는데 참으로 장관이었다. 관심 있으면 유튜브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이와 더불어 모스크바 한 광장에서 229명의 일반 아티스트들이 모여 연주한 영상도 같이 보면 좋을 것이다. 유명한 연주곡 The Final Countdown의 rock mob 영상이다. 레전드 급 팝 아티스트 음악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거나 전문가 아닌 대중들이 만들어내는 영상들, 너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