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도망쳤을까
오늘 또,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입실하실 땐 분명 남자 손님이었는데,
외출하실 땐 긴 생머리의 여자분이 나왔다.
객실 키를 받으려 다가갔지만,
손님은 갑자기 몸을 돌려
그대로 빠르게 뛰쳐나갔다.
뒤에서 다급히 불렀지만,
그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속도가 정말 빨랐다.
뒷모습이 이상하게 인상 깊었다.
겅중겅중, 노루처럼 뛰는 리듬에 맞춰
긴 생머리 가발이 위아래로 연신 흔들렸다.
처음엔 ‘지금 이 상황이 뭐지?’ 싶었다.
입실 당시 남자였던 것도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눈앞의 광경이 기이했다.
한참을 쫓다가 문득,
‘내가 귀신을 쫓는 건가?’ 싶었다.
결국 그 손님을 놓쳤고,
전화로 “다음엔 잘 맡기고 나가겠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에 다시금 생각해 보니,
아마도 여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페르소나가 있다.
하지만 진짜 자아와 페르소나의 간극이
커질수록 도망쳐야 할 일이 많아진다.
결국 그 간극이,
자신을 가장 괴롭히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