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스위스에 온 지 3개월이 지났다. 단상이든 긴 글이든 남기려 했던 결심은 가고 그저 오늘과 오늘 사이에만 머물렀다.
햇빛과 푸른빛 가운데 겹겹이 서있었다. 삶으로 사는 곳으로의 스위스는 어쩌면 한국의 압박에서 벗어난 것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겠다. 여러 질문들 가운데서 빗겨나간 것으로 충분한 것인지, 어쩌면 이곳이 보금자리인지 대답할 겨를 없이 그저 몸을 내던져 지내고 있다.
내가 지내는 곳은 프렌치를 쓰는 지역인데도 쓸 줄 아는 것은 영어뿐이라서 스위스 사람들과 연결되는 부분은 없지만 곁의 가까운 사람들이 너무나 다양해서 이것조차도 내겐 큰 변화이다.
수요일마다 나가는 날에, 사람들에게 기쁨의 조건들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음식과 가족, 친구라고 말했다. 어떤 놀라운 일도, 어떤 위대한 발견을 한 이에게도 이 세 개가 어쩌면 삶의 중요한 구심점일 수도 있겠다.
이곳의 이들에게도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 속의 음식 , 교제가 필요하단 건 동일한 감각인 것처럼. 순간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영원하듯 보는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