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진의 호동거실 다시 읽기 15

애타게 불러도 고개를 안 돌리니

by 박동욱

[15] 애타게 불러도 고개를 안 돌리니

苦呼喚不回頭 애타게 불러도 고개를 안 돌리니

抱虎眠袖蛇走 범을 안은 채 자고 뱀을 소매에 넣고 다니는 것 같네.

勇退凶少吉多 용퇴(勇退)하면 화가 없고 복이 많을 터인데

甚麽問數問繇 어찌하여 운수를 따지고 점을 치는가?


[평설]

이 시는 치사(致仕)를 권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구는『서유기』10회에 “受爵的,抱虎而眠, 承恩的,袖蛇而走.”라 나온 것과 유사하다. 1, 2구를 조정에서 간절히 불러도 위험한 것인 줄 알아서 출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본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 구절은 재야에서 조정에 있지 말고서 물러 나오라고 부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곧 벼슬살이란 호랑이나 뱀을 가까이 하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일이어서 언제 위기가 닥칠 줄 모르니, 되도록 빨리 용퇴하라는 권유인 셈이다. 그러므로 출사는 화를, 용퇴는 복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너무 명백한 법이니, 운수를 따지고 점을 칠 필요도 없게 된다. 이 시에서 이언진은 고관(高官)과 관료 사회를 함께 비판하고 있다. 이언진 시에 보이는 벼슬아치에 대한 부정적 언사는 이너서클(Inner circle)에 들어가지 못하는 열등감의 발로로도, 세속적 가치를 초월한 선지적(先知的) 언사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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