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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May 09. 2024

초한(楚漢)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55

이제현, 「진평(陳平)」

55. 계략과 처세술의 대가

呂氏應非項氏儔(여씨응비항씨주)   여씨는 애당초 항우(項羽)와 견줄 수 없는데  

何緣到此獨深憂(하연도차독심우)   어이하여 이쯤 되어 홀로 깊이 근심했나.  

絳侯椎樸王陵戇(강후추박왕릉당)   주발은 서투르고 왕릉은 어리석은데 

更欠高皇用我謀(갱흠고황용아모)   유방처럼 나의 꾀를 써줄 이 다시 없네.  

이제현, 「진평(陳平)」     


[평설]

여씨 일족은 항우에 비한다면 손쉬운 상대였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여씨를 상대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한고조가 죽고 나서 여후(呂后)가 실권을 잡고는 여씨를 왕으로 봉하려 하였다. 여후가 왕릉에게 의견을 묻자 왕릉은 반대의 뜻을 피력했지만, 진평과 주발은 여후의 뜻에 반대하지 않았다. 왕릉이 명분론을 내세웠다면 진평과 주발은 현실론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여후가 실질적으로 권력을 장악하여 8년간 한나라를 통치하다가 죽었다. 그제야 진평과 주발은 여씨 일족에게 반격을 가해서 모조리 숙청한다. 훗날 정자(程子)가 진평과 주발이 공을 세운 것은 모두 우연한 행운일 뿐이라고 폄하하고, 신하의 의리는 오로지 왕릉을 정도로 삼아야 한다고 평한 바 있다. 

주발은 우직하기는 하지만 실무에 능한 사람이 아니다. 왕릉과 주발에 비한다면 진평은 재주가 월등한 사람이었다. 한고조는 진평의 재주 덕분에 도움을 여러 번 받아서, 진평을 총애하였다. 진평은 계략과 처세술에 있어서는 당대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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