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첨(李詹), 「빨래하는 아낙의 무덤[漂母墓]」
54. 무덤 앞 봄풀이 해마다 푸른 이유
老眼元非識健兒(노안원비식건아) 늙은 아낙의 눈이 원래 용사 알아본 것 아니니
千金當日豈爲期(천금당일기위기) 당시에 뒷날 후한 보답 어찌 기약했으랴
墳前春草年年綠(분전춘초년년록) 무덤 앞의 봄풀이 해마다 푸른 것은
料得王孫解報施(요득왕손해보시) 아마도 왕손이 은혜 갚음 알아서인가.
이첨(李詹), 「빨래하는 아낙의 무덤[漂母墓]」
[평설]
빨래하던 아낙은 그저 젊은이가 쫄쫄 굶고 있는 것이 마음 아팠을 뿐이다. 그래서 여러 날 밥을 주니, 한신은 “내가 성공하면 후히 갚겠습니다.”라 하였다. 이에 부인은 뒷날에 보답받기 위해 준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한다. 빨래하는 아낙이 사람을 알아본 특별한 혜안(慧眼)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단지 순순한 인간애의 발로였다. 한신은 성공한 뒤에 밥 한 그릇의 은혜를 천금으로 되갚아 주었다. 여기서 나온 ‘일반천금(一飯千金)’의 고사가 지금껏 전해진다. 누군가의 별것 아닌 시선(施善)이, 어떤 이에게는 다시 살아갈 희망이 되기도 한다. 무덤의 풀이 매해 푸르게 자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현상을 빨래하던 아낙의 혼이 한신의 은혜에 감응한 것으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