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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욱 Oct 21. 2024

삼국의 영웅 한시로 만나다 30

윤신지, 「詠荀彧」

30. 순욱을 잘못 알아본 소동파

簒弑元非一朝故(찬시원비일조고)   찬탈, 시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니

老瞞心跡豈難知(노만심적기난지)   노회한 조조 속셈 어찌 알기 어려우랴.

坡公謬許荀文若(파공류허순문약)   소동파가 순욱란 사람 잘못 알아봐서

剩辱留侯況伯夷(잉욕류후황백이)   유후에게 모욕 남겼으니 하물며 백이에 대해서랴. 

윤신지, 「詠荀彧」      


[평설]

 이 시는 역사적 인물의 정치적 행보와 도덕적 가치의 갈등을 다루며, 중국 문인이 내린 평가의 정당성을 따지고 있다. 조조는 시해와 찬탈을 통해 권력을 잡아갔다. 그런 조조의 야심을 가장 측근이었던 순욱이 몰랐을 리 없다. 조조의 반역에 순욱도 소극적으로나마 협조한 셈이 된다. 소식(蘇軾)의 『동파지림(東坡志林)』(卷五)에는 순욱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순욱은 조조에게 반역을 조장한 것이 아니라, 인의로써 천하를 평정하려 했다. 조조가 제위를 넘겨받으려 할 때 순욱이 이를 반대하고 죽음으로 대항하였다. 소식은 순욱을 성인의 제자로 평가하며, 그의 재능과 도덕성을 장자방과 백이에 각각 빗댔다. 

이처럼 소식은 순욱의 지혜와 도덕성을 높이 평가한 셈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순욱에 대한 평가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소식이 순욱을 높이 평가하여 장량과 백이에 빗댄 것은 이 인물의 명예를 모욕하고 훼손한 셈이나 다름없다. 결국 순욱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했다는 강한 비판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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