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곡, 「영사(詠史」, ‘주유(周瑜)’
63. 주유의 두 얼굴
一炬烏林老賊奔(일거오림노적분) 오림에서 한 횃불로 늙은 도적 쫓아내니
三江自此抗中原(삼강자차항중원) 삼강은 이로부터 중원과 맞서게 되었네
平生雅量程張上(평생아량정장상) 평소 아량 정보와 장소보다 윗길이니,
如飮醇醪未足言(여음순료미족언) 전국술 마신 듯하다는 말 언급할 가치 없으리
이곡, 「영사(詠史」, ‘주유(周瑜)’
[평설]
이 시는 주유의 군사적 성취와 인격적 풍모를 함께 조명한 작품이다. 1, 2구는 적벽 대전의 승리가 가져온 정치적 의미를 드러냈다. ‘일거(一炬)’는 항우의 고사를 빌려와 주유의 공이 지닌 역사적 주요성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했다. 이 승리로 인해 강동 지역이 조조에 맞서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3, 4구는 주유의 인격적 면모를 보여준다. 정보(程普)와 장소(張昭)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주유를 업신여겼으나, 주유는 겸손하게 대응하며 그들의 진심 어린 존경을 이끌어냈다. “전국술[醇醪]을 마신 듯하다"라는 말은 정보가 주유와의 교분을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마저도 주유의 아량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시인은 주유가 지닌 군사적 공훈과 인격적 덕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를 통해 전장의 공훈과 인격의 고결함을 겸비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