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 봄의 편재[無題], 이희지(李喜之, 1681∼1722)
비 그치자 복사꽃 떨어져 붉게 흩날리니
반은 개울 따라가고 반은 진흙 물들이네
어디서 돌아왔는지 한 쌍의 제비가
동시에 꽃잎 물고 채색 들보 서쪽에 두었네
桃花雨過碎紅飛 半逐溪流半染泥
何處歸來雙燕子 一時銜在畫樑西
[평설]
이 시는 복사꽃을 통해 봄의 정취를 그리고 있다. 비가 그친 후 복사꽃이 흩날리며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고 진흙을 물들인다. 여기에 제비 한 쌍이 날아와 꽃잎을 물고 단청 칠한 들보에 둔다. 봄은 지상에서 처마 끝까지 가득 차게 된 셈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복사꽃을 통한 봄의 확산 과정이다. 땅에서는 개울을 따라 흐르고 진흙을 물들이며, 공중에서는 제비가 그것을 물어다 건축물의 일부까지 장식한다. 이처럼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넘어 봄이 편재하는 모습을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