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 소설 읽어주는 전기수[漢京詞], 강이천(姜彝天)
늘어선 열두 개 상점에 온갖 물건
구슬처럼 이어져서 주렁주렁 걸렸네.
시끌벅적 둘러앉은 털방석 자리에서
언문으로 풀어내는 삼국지 들려주네.
雜貨東西十二廛 珠璣聯絡帶絛懸
讙囂不管團毛席 譯誦方言演義編
[평설]
강이천이 한양 시장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열두 개의 상점이 늘어선 거리에는 온갖 물건들이 구슬을 꿴 것처럼 주렁주렁 걸려있다. 흥성스런 시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기수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털방석에 빙 둘러앉아 전기수가 들려주는 삼국지에 빠져든다. 한문으로 된 삼국지를 언문으로 번역하여 읽어주었다. 이야기꾼은 중요한 대목에서 입을 다물었다가 돈이 나오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면서, 서민문화가 꽃피는 공연장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