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
한시는 오늘날 우리에게 사어(死語)가 되어가는 한자로 이루어진, 오래전 쓰인 시라는 이유로 낡은 글 취급을 받아왔다. 지금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무엇인 듯 말이다. 하지만, 그 한 편 한 편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지금 우리 삶과 똑 닮은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책 <처음 만나는 한시, 마흔여섯 가지 즐거움>은 오랫동안 한시를 연구한 박동욱 교수가 현대 독자들에게 한시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우리의 일상과 맞닿은 한시를 모아 소개하는 한시 입문서이다. 이 책으로 지금 한시를 읽는 의미를 되짚어 보고, 독자들이 삶의 평범한 순간을 재발견하도록 돕는다.
마흔여섯 가지 일상의 단면을 친근한 소재로 나누어 소개하고, 한시 원문과 함께 해석을 달아 독자가 한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1장은 당장 오늘도 우리가 의미 없이 지나친 일상의 미를 발견하게 하는 한시, 2장은 유려한 문장 속에 담긴 우리 선조의 삶과 애환, 지혜를 알아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한시를 담았다. 이 책에 담은 정약용, 김정희, 이규보, 남정일헌, 이옥봉 등 우리에게 이름이 친숙한 선인들의 180여 편의 한시를 읽으며 동양 문학의 풍부하고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다.
목차
1장. 우리를 닮은 하루를 만나다
소나기 - 비 그친 뒤의 달라진 풍경 • 13
무더위 - 마음을 물 삼아 더위를 물리치다 • 19
강추위 - 타인의 온기를 귀히 여기다 • 26
꽃샘추위 - 완연한 봄맞이 전 마지막 시련 • 31
채빙 - 얼음 캐는 노동에 깃든 땀과 눈물 • 37
눈병 - 심안이 밝아지다 • 43
안경 - 노안을 견디기 위한 친구 • 49
해녀 - 목숨을 건 숨비소리 • 56
거미 - 거미줄에 걸린 꽃잎에 지나간 봄을 아쉬워하다 • 62
매미 - 한 철을 살기 위해 울다 • 69
소 - 기꺼이 의로움을 나눠주는 • 74
병아리 - 어느새 훌쩍 자란 아이들 • 83
노비 - 오랜 가족 같은 존재 • 89
선연동 - 젊음과 아름다움은 한때의 선물일 뿐 • 95
절명시 - 생애 마지막 순간에 남기는 시 • 100
호기 - 단단한 마음으로 마주한 세상 • 105
시비 - 옳고 그름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 • 112
제호탕 - 여름 한 철 무탈히 보내길 바라는 마음 • 118
냉면 - 객지에서의 외로움을 위로하다 • 122
만월대 - 세상천지에 영원한 것은 없다 • 128
송년 - 한 해 끝에 지난날을 되돌아보다 • 134
달력 -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갈 다짐 • 139
백발 - 지상에서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 • 145
2장. 옛이야기에서 오늘의 지혜를 발견하다
하제시 - 실패로부터 더 많이 배우는 법 • 153
에로틱 한시 - 모든 것을 이기는 사랑을 기록하다 • 158
노처녀 - 절대 혼인의 시대, 여성들의 고민 • 165
첩 - 온전한 자신의 자리를 꿈꾸었던 이들 • 172
단오 부채 - 격려와 당부의 마음을 담아 • 180
거사비 - 공덕을 기린 마음이 빛이 바래 • 187
다듬이 소리 - 고단하고 힘겨운 삶의 소리 • 194
나무꾼 - 가족을 위해 고된 노동을 감내하다 • 201
아이의 출생 -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존재 • 209
아이를 기다림 - 유배지에서 애타는 부모 마음 • 215
자장가 -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를 위한 • 223
할아버지 - 부모 잃은 아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 232
천연두 - 가족을 잃은 슬픔 • 238
거지 - 기근에 스러진 사람들 • 244
버려진 아이 - 모성마저 포기하게 만든 참혹한 현실 • 251
옛집 - 지난 추억을 그리워하다 • 258
노부부 - 역경을 함께 이겨내다 • 264
회혼례 - 부부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 • 270
기다림 -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 275
친구 - 친구 집 앞에 이름 석 자 적어두고 • 281
낮잠 - 힘을 충전하는 다디단 시간 • 287
모기 - 모기를 증오하여 • 293
개 - 인생의 진정한 반려 • 299
참고 자료 • 305
찾아보기 • 308
책속에서
P. 136~137
작년에도 여전히 그런 사람
올해에도 여전히 그런 사람.
내일이면 새해가 시작되나니
해마다 같은 사람 되지 말기를.
_ 이식, 「제야(除夜)」
살아왔던 것처럼 그렇게 계속 살아간다면, 살아 있지 않은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오늘과 내일이 다른 사람, 올해와 내년이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타성과 반복이 아니라 갱신과 탄생을 꿈꾼다. 시인은 매년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해본다.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은 작가 이식(1584~1647)이 가진 삶의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P. 140
나이가 마흔 돼도 이미 많다 말하는데
오늘 한 살 더 먹으니 또 마음 어떻겠나.
이제부터 우물대다 쉰 되게 생겼으니
가련타 거센 물살 머물게 할 계책 없음이.
_ 이정형(李廷馨), 「기축년 새 달력에 쓰다(題己丑新曆)」
갓 마흔이 되었을 때도 적지 않은 나이라 생각했는데, 마흔한 살이 되니 이제 정말 마흔 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실감 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런 속도로 나이를 먹었다가는 쉰 살도 금세 될 것 같다며, 세월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작년과 다르게 새롭게 살아보겠다는 굳은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