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조선의 스무 가지 원칙

술은 백성들의 피

by 박동욱

술은 백성들의 피

조중봉(趙重蜂) 헌(憲)이 전라도사(全羅都事)로 재임하셨을 때, 정상국(鄭相國) 철(澈)이 관찰사로 부임하였다. 정상국은 술을 즐겨 마셨는데, 조공이 매번 심하게 책망하였으나, 정상국은 고치지 못하였다.

조공이 탄식하며 말했다.

“수령들이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음식을 잘 차려서 윗사람에게 아첨하고, 감사(監司)가 된 자는 백성의 기쁨과 걱정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술을 마시기만 일삼으니, 이것이 어찌 백성의 피를 마시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정상국이 순행 길에 강진현에 이르러, 조공과 함께 청조루(聽潮樓) 위에 앉았는데, 손님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정상국이 술잔을 들어 조공에게 권하며 말하였다.

“오늘은 마셔도 좋을 터인데, 공은 어찌 그리 고집스러우시오?”

조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술이 나오자, 조공이 손으로 밀쳐내며 말하였다.

“어찌 이 백성의 피를 마실 수 있겠소?”

끝내 입술을 적시지 않았다.



정철은 문학사에서는 「관동별곡」의 작가로 기억되지만, 정치사에서는 기축옥사의 중심인물로 기록된다. 그는 애주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정철 본인도 음주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는지 「술을 경계하는 글[戒酒文]」을 쓰기도 했다.

정철과 조헌은 같은 서인이었다. 정철은 조헌보다 8살이나 많은 직속상관이었다. 그러나 조헌은 상급자이며 연장자인 정철의 술버릇을 꾸짖었다. 술을 마시느라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백성들의 피를 마시는 것과 같다는 서늘한 일갈이었다. 뒤에 정철이 강진에 이르러 여러 사람 앞에서 술을 권했다. 그러나 조헌은 스스로 한 말을 지키며 끝내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옛사람들은 이처럼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했다. 유관(柳觀)은 “친구 사이에는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했다. 거절당하면 섭섭하고, 못 빌려주면 미안해져 우정이 상하기 때문이다. 퇴계 선생은 꿩을 두 마리를 선물 받자 한 마리는 정중히 받고 다른 한 마리는 돌려보냈다. 호의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과도한 욕심을 경계한 것이다.

세 사람의 일화는 아름다운 원칙에 대해 말해준다. 순간의 이익이나 분위기보다 내면의 원칙을 더 소중히 여긴 태도다. 원칙을 지키면 융통성이 없다는 비난을 들을지언정, 인생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절대 훼손될 수 없는 원칙 하나를 세워서 평생 지켜가는 것, 그것은 어렵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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