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가 물어온 단자
솔개가 물어온 단자
성종은 당대의 인물들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데 수완이 매우 뛰어났다.
하루는 성종이 후원을 산보할 때, 솔개가 우연히 종이 한 장을 물고가다가 임금 앞에 떨어뜨렸다. 임금이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바닷가의 수령이 좌승지에게 선물로 보낸 물품 목록이었다.
임금께서 그 종이를 소매에 넣고 경연에 나아가 여섯 승지를 불러 조용히 물었다.
“만약 지방 수령이 그대들에게 먹을 것을 선물로 보낸다면, 예의도 따지지 않고 편안하게 받을 수 있겠느냐?”
여섯 번째 앉은 동부승지가 대답하였다.
“어찌 감히 받겠습니까?”
네 번째 다섯 번째 앉은 승지도 차례대로 같은 소리로 대답하여 마치 한 입에서 나온 듯했다.
다만 두 번째 앉은 좌승지만은 자리를 피하여 물러가서 땅에 엎드려 아뢰었다.
“신은 그렇지 못합니다. 신에게는 아흔 살 노모가 계십니다. 어제 평소 친분이 두터운 한 수령이 해산물을 선물로 보내왔기에 신이 받았습니다.”
임금께서 웃으시며 소매에서 그 종이를 꺼내 보이시며 말하였다.
“경은 진실로 옛날 정직한 사람의 유풍을 지녔다고 이를만하다”
성종은 솔개가 떨어뜨린 종이 덕분에 좌승지가 수령에게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임금이 질문을 던진 것은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신하들의 진심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다섯 명의 승지는 절대로 받지 않겠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한다. 그러나 좌승지만은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하며, 90세 노모를 위한 것이었음을 솔직히 밝혔다. 성종은 입에 발린 거짓말쟁이보다, 비록 허물이 있을지언정 솔직한 사람을 높이 평가했다.
성종이 정말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흠결 하나 없는 청렴이 아니라, 자신의 원칙과 상황을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용기였다. 번드르르한 말과 공손한 낯빛으로 윗사람을 속이는 사람보다, 사실을 사실대로 고하는 투박한 사람이 훨씬 쓸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