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조선의 좌우명 1

by 박동욱

술 조심


아! 술이여 사람에게 화를 미치게 함이 혹독하구나. 창자를 썩혀서 병들게 하고, 본성을 어지럽혀 덕을 잃게 하는구나. 자신에 있어서는 몸을 상하게 하고, 나라에 있어서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구나. 내가 그 독함을 맛보았거늘, 그대는 그 함정에 떨어졌구나. 억시에 경계함 있는데도 어찌 함께 힘쓰지 않겠는가. 굳건하게 막아야지만 스스로 많은 복 구할 것이네.

嗟哉麴糱, 禍人之酷. 腐腸生疾, 迷性失德. 在身戕身, 在國覆國. 我嘗其毒, 子阽其窖. 抑之有誡, 胡不共勖. 剛以制之, 自求多福.

-이황(李滉, 1501-1570),「酒誡, 贈金應順」-


[평설]

이 글은 퇴계 선생이 제자인 김명원(金命元)에게 준 것이다. 이황이 56세에 도산서원에 머무를 때에, 한창 혈기 왕성한 23세의 김명원이 제자로 있었다. 자질은 뛰어났지만 생활태도는 스승의 마음에 영차지 않았다. 이황은「김응순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韻金應順秀才]」라는 시에서 “백 번 삶아야지 명주실도 희어지고, 천 번 갈아야지 거울도 밝아지네.[百練絲能白, 千磨鏡始明]”라 하여, 품행과 학문에 더욱더 면려할 것을 권한 바 있다.

게다가 김명원(金命元, 1534~1602)은 주사(酒邪)도 있었던 모양이다. 스승은 거기에 대한 경계로 글을 써 주었다. 술의 해악이 어디 한두 가지 이겠는가. 독한 술로 인해서 속병이 들기도 하고, 스스로 성품을 어지럽게 만들기도 한다. 작게는 자기 한 몸을 상하게 하고, 크게는 나라를 망치게 할 수도 있다. 춘추 시대 위(衛)나라 무공(武公)은 95세에 〈억(抑)〉 시를 지어 악공(樂工)에게 날마다 읊게 하여 자신을 경계하였다. 거기에는 술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술을 끊어야 인간구실 할 수 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제자에게 전달한 셈이다. 제자는 스승의 충고를 깊이 새겼는지, 후에 그는 도원수가 되어 왜적을 막기도 했고, 좌의정까지 오르게 된다.


[어석]

김명원(金命元, 1534~1602)은 조선 중기 문신으로 본관은 경주. 자는 응순(應順), 호는 주은(酒隱)이다.


이황(李滉).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