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왕참정(王參政)의 「사류명(四留銘)」에 말하였다. “남아서 다하지 않은 재주를 남겼다가 조물주에게 돌려주고, 남아서 다하지 않은 봉록(俸祿)을 남겼다가 조정에 돌려주고, 남아서 다하지 않은 재물을 남겼다가 백성에게 돌려주며, 남아서 다하지 않은 복을 남겼다가 자손에게 돌려주라.”
王參政四留銘曰 留有餘不盡之巧하여 以還造物하고 留有餘不盡之祿하여 以還朝廷하고 留有餘不盡之財하여 以還百姓하고 留有餘不盡之福하여 以還子孫이니라
[평설]
어떤 책에는 왕참정(王參政)이 왕단(王旦)이라고 나오지만 왕백대(王伯大,?∼1253)의 오류이다. 왕백대는 송나라 복주(福州) 사람. 자는 유학(幼學)이고, 호는 유경(留耕)이다. 참지정사(參知政事)를 지내서 왕참정이라 불렸다. 그가 한유에 대한 주석서인『朱文公校昌黎先生集』을 썼는데 조선 세종 때에 널리 유통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위의 글은『산당사고(山堂肆考)』등에 실려 있다.
재주와 봉록, 재물과 복은 완전히 소진해 버리지 말고 조물주와 조정, 백성과 자손에게 남겨주라고 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자신 만의 소유가 아님을 깊이 각성하여 남긴 글이다. 결국 자신의 것을 타인에게 양보하라는 뜻이 된다. 말은 쉽지만 아무나 깨닫지 못하는 경지다. 인생의 비의(秘意)를 깨달아서 인지 이 글을 벽 사이에 붙이자 갑작스레 구름과 안개가 사방에서 일어나고 노을빛이 하늘을 비추자 그 글이 있는 곳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貼于壁間, 忽一日雲霧四起, 霞光照天, 失其書所在] 기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