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사람 마음 독하기가 뱀 같음을 한탄할 만하나, 누가 하늘의 눈이 수레바퀴처럼 돌고 있음 알겠는가? 지난해 동쪽 이웃 물건 함부로 취했더니, 오늘은 다시 북쪽 집으로 돌아가네. 의롭지 못한 돈과 재물은 끓는 물에 눈을 뿌리는 것처럼 사라지고, 뜻밖에 얻은 논밭은 물이 모래를 밀어내는 것과 같이 사라지네. 만약 교활함과 속임수를 가지고 살아갈 계책을 삼는다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과 거의 같으리.
堪歎人心毒似蛇라 誰知天眼轉如車요 去年妄取東隣物터니 今日還歸北舍家라 無義錢財湯潑雪이요 儻來田地水推沙니라 若將狡譎爲生計면 恰似朝開暮落花니라
[평설]
이 글은 『수호전』53회와 『금병매』18회에 나오고, 명(明) 나염암(羅念庵)의「醒世詩」25수 중에 22수에 해당한다. 글자는 약간의 출입이 있다. 가장 무서운 게 사람이라지만 하늘은 쉴 새 없이 그 모든 것을 지켜본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잠시 내 것으로 있을 뿐이다. 이러한 대전제를 말해놓고 의롭지 못하게 얻은 재물이나 뜻밖에 없는 전답은 허망하게 사라질 따름이라고 했다. 악착같이 해봐야 다 남의 소유로 넘어갈 것들에 대해 미련을 갖지 말라는 언외(言外)의 뜻이 있는 셈이다. 그러니 그런 신기루같은 욕망을 위하여 교활함이라든지 속임수를 써서 안달복달 살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