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꽃 지고 꽃이 피고 피었다 다시 지며, 비단 옷도 베옷으로 다시 갈아입누나. 부잣집도 반드시 언제나 부귀한 것 아니요, 가난한 집이라 해서 반드시 언제나 적막하지 않누나. 사람이 들어올려도 반드시 하늘까지 오르지는 못할 것이고, 사람을 밀어도 반드시 구렁에 뒹굴진 않누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모든 일에 하늘을 원망하지 말지니, 하늘 뜻은 사람에게 차별이 있지 않네.
花落花開開又落하고 錦衣布衣更換着이라 豪家未必常富貴요 貧家未必長寂寞이라 扶人未必上靑霄요 推人未必塡溝壑이라 勸君凡事莫怨天할지니 天意於人無厚薄이니라
[평설]
이 글은 『금병매(金瓶梅)』9회에 나온다. 꽃들이 시들었다 폈다를 반복하듯 인간들도 부귀를 반복한다. 지금의 부귀가 미래의 부귀를 약속하지 않으며 지금의 빈천이 미래의 빈천을 예기(豫期)하지 않는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다. 사람이 어떤 이를 도와 주려하거나 해코지 하려 하거나 의도대로 꼭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일이 안 풀린다고 하늘 탓을 할 필요는 없다. 하늘은 공정하고 인간은 인간의 길을 가야할 뿐이다. 이와 관련되어『중용(中庸)』에는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아래로는 남을 허물하지 말라[上不怨天 下不尤人]”는 인상적인 구절이 나온다. 하늘을 원망 말고 남 탓하지 말고 주어진 사람의 길을 지치지 말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