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일본 고전 영화에 빠져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1시간 정도 영화를 보는 것이 큰 낙이다. 일본 영화는 1930년-1950년대가 황금기였다. 3대 거장은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오즈 야스지로다. 4대 거장으로는 앞에 언급한 세 감독과 나루세 미키오를 꼽는다. 여름 방학에 나루세 미키오에 빠져서 그의 영화를 30편 가까이 보았다. 그의 영화는 아름답고 처연하다. 배우로는 타카미네 히데코, 와카오 아야코, 쿄 마치코, 다나카 기누요, 하라 세츠코 등을 좋아한다.
박찬욱은 나루세 미키오의 펜이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나루세 미키오에 대한 오마주로 금자(이영애)가 일하는 빵집의 이름을 '나루세'라고 지었다. 그리고 '아가씨'에서 김민희가 맡은 배역인 히데코는 그의 페르소나인 다카미네 히데코에서 따왔다.
일본 고전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감회에 빠진다. 첫째 인생무생이다.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도 다 늙고 세상을 떠났다. 둘째 담배를 많이 피우고 맥주를 많이 마신다. 셋째 일본은 그 당시에 여러모로 대단했다. 30년대 영화만 보아도 개인집에서 전화를 다 사용하고 있다. 도쿄 지하철(1927년 12월 30일에 개통된다)과 오사카 지하철(1933년에 개통된다)이 등장한다. 우리는 1974년에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1950년대 영화에 진공청소기가 나올 정도다. 넷째 일반 서민들에게 깊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다섯째 모여서 노래를 자주 부른다. 여섯째 목욕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