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90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어려운 일부터 먼저 해야 한다


들판에 좋은 싹이 있다 하여도 김매지 않으면 어찌 수확할 수 있으며, 웅덩이에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 하여도 낚시질하지 않으면 어찌 잡을 수 있으리. 명철한 사람은 행실 닦아서 복록을 구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요행으로 복을 바라네. 가까이 있던 것도 멀어질 수 있고, 멀리 있던 것도 가까워질 수 있네. 내가 옛사람을 생각해 보니 벌단에 나오는 군자이네.

野有良苗,非芸何穫? 洿有潛鱗,非釣何得? 此維哲人,砥行干祿. 彼維愚人,徼無望福. 邇邇亦遙,遙遙可邇. 我思古之人,伐檀君子.

김윤식(金允植, 1835∼1922),「어려운 것을 먼저 하고 얻을 것을 뒤로하는 잠언〔先難後獲箴〕」


[평설]

수확하고 싶으면 경작해야 하고, 즐겁고 싶으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학문이나 성공이나 하루아침에 되는 법은 없다. 세상사가 들인 노력만큼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만일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성취도 있을 턱이 없다. 설혹 노력은 하지 않았는데도 요행으로 성취를 얻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 요행으로 무언가를 바라면 가까이 있던 복은 멀어지고 멀리 있던 화는 가까워질 수 있다. 옛사람을 떠올려 보면 노력을 해서 대가를 받은 사람들뿐이다. 거저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석]

벌단에 나오는 군자:『시경』「벌단(伐檀)」에 “저 군자여 공밥을 먹지 않도다.〔不狩不獵, 胡瞻爾庭有縣貆兮, 彼君子兮, 不素餐兮.〕”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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