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붙인 글 91

-조선의 좌우명-

by 박동욱

리더에게 하는 충고


한 시간의 12각 안에서 쉬지 않고 생각하고, 하루의 12시간 안에서 앞으로 걷기를 그치지 않는다면 내일은 오늘과 다르고, 오늘은 어제와 달라질 것입니다. 조금씩 바꾸기를 쉬지 않는다면 보통 사람은 현인(賢人)으로 나아가고, 현인은 성인(聖人)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잠시 한눈팔면 틈이 생기고 조금 쉬면 후퇴하게 됩니다. 천행(天行)의 건실함을 마땅히 깊이 체득할 것입니다. 처마 앞의 나무는 나날이 웃자라고 처마 밖의 물은 나날이 흘러 눈앞의 풍경이 옛날 모습이 아님을 깨닫게 되니, 자신에 대한 공부를 어찌 쉴 수가 있겠습니까. 아침에는 읽고 낮에는 강론하며 밤이면 생각하여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과실이 있으면 고치고 잘한 게 있으면 따르고 의로우면 행하여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따라야 됩니다. 아! 말세에는 오로지 날마다 놀기만 하고 게으름 피우다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세면 오히려 옛날의 나일 뿐입니다. 우리 동방은 운이 시작에 속해 있음을 어찌하겠습니까! 탕반(湯盤)의 교훈을 감히 상감께 바칩니다.


一時十二刻之內, 念念相續, 一日十二辰之中, 步步向前爲未已, 明日異於今日, 今日異於昨日. 而漸遷作不輟, 常人進於賢人, 賢人進於聖人. 而沛然乍放則釁, 少歇則退. 天行之健, 所當深軆, 軒前有樹日日抽, 軒外有水日日流, 眼前光景覺非昔, 身上工夫其可息? 朝則讀, 晝則講, 夜則思, 溫故知新; 過則改, 善則服, 義則行, 舍舊從新. 嗟嗟叔季, 惟日遊惰, 居然白首, 猶是舊我. 那歟吾東, 運屬一初. 湯盤之訓, 敢獻當宁.

이용휴(李用休, 1708∼1782),「日新軒銘」


[평설]

이 글의 원제는 ‘일신헌명(日新軒銘)’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신헌(日新軒)은 경희궁(慶熙宮)에 있는 전각이다. 이 글은 임금에 대한 충고를 담고 있다. 앞부분에서는 한 시간 하루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밝혔다. 시간은 평범한 사람도 아껴서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하는 것이니, 한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임금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는가? 아침에는 고금의 경전을 읽고, 낮에는 신하들과 강론을 하며, 밤에는 온고지신(溫故知新)해야 한다. 그러니 한 시 한 때도 허투루 보낼 수가 없다. 과실이나 구태(舊態)는 주저 없이 버리고 선하고 올바른 일들은 그대로 지속해야 한다. 유지할 것은 금세 바꾸고 바꿀 것은 계속 유지한다면 그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밀어 붙일 것과 교체할 것을 판단하는 것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다. 그릇된 관행이나 추진력이 계속될 때 나라는 도탄에 빠진다. 만인지상인 임금의 과오나 실수는 그 파급력 또한 엄청날 수 밖에 없다. 탕반(湯盤)은 쉽게 풀면 탕임금의 목욕통인데, 『대학』에 “탕임금의 목욕통에 새긴 명(銘)에 이르기를 ‘진실로 어느 날 새로워졌거든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날로 새로워져야 한다’”(湯之盤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이 글은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천고일제(千古一帝, 천 년에 한 번 나올 황제)였던 강희제(康熙帝)는 바랄 수 없을지라도, 암군(暗君)이나 우군(愚君)이라면 곤란하다. 예나 지금이나 강렬하고 지혜로운 리더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다. 리더가 선의(善意) 가졌다 하더라도 국정운영에 실패한다면 그것이 악의(惡意)가 되는 것이다. 리더는 잘못된 정책을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려고만 하고, 측근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감춘 채 입안의 혀처럼 리더의 비위만 맞추려 든다면 그런 나라에 희망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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