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영어로부터의 직역 탓인 듯하다
‘누구누구 님이 곧 만료되는 스토리를 게시했습니다.’
실은 ‘누구누구 님이 스토리를 게시했는데 그 스토리는 곧 만료됩니다.’를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언어학방 참괴 님이 ’띵킴 님이 게시한 스토리가 곧 만료됩니다‘로 정리해 주심)
(인스타를 잘 사용하지 않는 내가 뭔가를 오해한 게 아니라면,)
‘곧 만료되는 스토리를 게시했습니다’라는 문장은 한국인인 나한테 있어서는 정보 포장(information packaging)이 좀 어색한 문장으로 느껴진다.
곧이곧대로 그냥 읽으면 인스타그램에 24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만 유효한 새로운 종류의 스토리 기능이 생겨난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원래의 스토리 기능은 24시간 유효하지만 저 누구누구 님이 올린 스토리는 한두 시간 뒤에 만료되는 특이한 스토리라서 ‘곧 만료되는 스토리를 게시했습니다’라고 뜬다든가 그런 가상의 시나리오...
근데 그런 시나리오가 사실이 아니니까 어색한 거다.
실제로 누구누구 님은 그냥 평범하게 24시간 동안 유효한 스토리를 게시했고, 인스타를 잘 안 쓰는 내가 그 스토리를 약 20시간 동안 확인하지 않으니까 ‘곧 만료됩니다’라며 알림이 뜬 거겠지.
그러니까 ‘곧 만료되는 스토리를 게시했습니다’의 초점(focus)은 ‘곧 만료되-’에 있는 거다. 이렇게 말하는 게 맞다면...ㅋㅋ
화용론이나 정보구조 이론에서 말하는 초점이라는 개념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곧 만료되는 스토리를 게시했습니다’에서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그 스토리가 곧 만료된다는 것이니까 그게 초점일 거라는 말이다.
한국어에서는 이런 문장에서 초점 정보가 관형절에 들어가는 건 좀 어색한 것 같다.
짐작건대 영어의 ‘... posted a story that will expire soon'과 같은 안내문을 ‘직역’해서 이런 결과물이 만들어진 거 아닐까 싶다.
영어 문장에서는 초점 정보가 뒤에 나오니까 안 어색한데 한국어 문장에서는 초점 정보가 다른 정보보다 앞에 나오는 탓에 어색해지는 것 아닐지...
군데군데 뇌피셜이 많이 들어갔지만 그런 생각을 공유해 본다.
언제나 지적과 교정을 환영합니다.
+ 전에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이 문서를 열거나 저장할까요?’였나 그런 말을 봤는데,
그 문장이 실제로 의도한 바는 ‘이 문서를 열까요 아니면 저장할까요?’였다. 밑에 열기 버튼과 저장하기 버튼이 나뉘어 있었다.
이 경우 정보구조하고는 관련 없지만, 어쨌든 영어의 or 를 ‘-거나’로 직역했기 때문에 이상해진 케이스이다.